[알아봅시다] 패시브 하우스
단열성 강화ㆍ자연에너지 적극 활용…
냉난방비 일반주택 10%로 줄인다
단열재 두께 일반집의 3배
남향 기본, 작은창 많이 내
건축비 ㎡당 50만원 더들어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집을 구분하는 기준은 몇 평이냐 혹은 아파트냐 단독주택이냐 등으로 외형적인 형태에 쏠려 있습니다. 집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도 집 내부 단열재가 어떤 것이 얼마나 쓰였는지, 마감재의 종류는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집의 크기나 형태와 별도로 제대로 만들어 진 집과 날림으로 만들어진 집은 거주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내장재의 종류와 두께는 냉난방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는 `수동적(passive)인 집'이라는 뜻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집의 반대 개념입니다.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집과 달리 그대로 사용해도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패시브 하우스는 집안 내부를 꼼꼼하게 마감해 단열성을 강화하고, 태양광과 같은 자연에너지를 적극 활용해 난방비용을 일반주택의 10% 수준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패시브 하우스의 반대되는 액티브 하우스(Active House)는 태양열 흡수 장치 등을 이용해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끌어쓰는 일반적인 가옥 형태입니다. 여름에는 냉방에 에너지를 사용하고, 겨울에는 춥기 때문에 열원을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날씨와 상관없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냉방을 할 필요도, 난방을 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패시브 하우스의 탄생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패시브 하우스는 집안의 열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최대한 차단함으로써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실내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게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에너지 활용을 선순환 구조로 만들어서 추가 에너지 없이도 생활이 가능한 것입니다.이상적인 패시브 하우스는 추가 에너지가 전혀 필요하지 않은 집이지만, 그렇게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습니다. 에너지는 어떻게든 생활을 하면서 소모가 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100% 패시브 하우스는 거의 불가능 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냉방과 난방을 위한 최대 부하가 1㎡당 10W 이하인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을 패시브 하우스라고 부르고 있습니다.이를 석유로 환산하면 연간 냉방과 난방 에너지 사용량이 1㎡당 3ℓ 이하에 해당하는데, 우리나라 주택 평균 사용량은 16ℓ이므로 80% 이상의 에너지를 절약하는 셈입니다.사실 우리 조상들의 가옥 형태는 기본적으로 패시브 하우스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집을 남향으로 배치해 햇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하는 것 자체가 패시브 하우스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구조적으로 패시브 하우스는 남향으로 지어 남쪽에 크고 작은 창을 많이 내는데, 실내의 열을 보존하기 위하여 3중 유리창을 설치하고, 단열재도 일반 주택에서 사용하는 두께의 3배인 30㎝ 이상을 설치하는 등 첨단 단열공법으로 시공합니다. 일반 주택의 단열재가 10cm 수준이니 더위와 추위를 막기에는 부족한 수준입니다.
단열재는 난방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여름에는 외부의 열을 차단하는 구실도 합니다.
또 패시브 하우스는 폐열회수형 환기장치를 이용해 신선한 바깥 공기를 내부 공기와 교차시켜 온도차를 최소화한 뒤 환기함으로써 열손실을 막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난방시설을 사용하지 않고도 한겨울에 실내온도 약 20도를 유지하고, 한여름에 냉방시설을 사용하지 않고 약 26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패시브 하우스의 단점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집보다 단열재가 보강되고, 손이 더 많이 가기 때문에 건축비는 일반 주택에 비하여 1㎡당 50만 원 정도 더 소요됩니다. 하지만 한번 시공하면 지속적으로 냉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더 이익인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같은 크기의 주택을 패시브 하우스로 지을 경우, 주택의 건축비와 에너지 효율을 환산해보면 약 10년이면 추가 건축비를 만회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패시브 하우스는 지구온난화와 친환경 이슈 등을 타고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첫 패시브 하우스는 1988년 5월 스웨덴의 보 아담슨 교수와 독일의 볼프강 페이스트 교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독일 헤센 주의 지원을 받아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1990년 다름슈타트에 최초의 주거용 패시브 하우스가 지어졌습니다. 1996년에는 9월 패시브하우스 연구소(Passivhaus-Institut)가 설립되어 기준안 제정 작업을 진행하였으며 이후 독일과 유럽으로 확산됩니다. 최근 패시브 하우스는 일본과 우리나라까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는 2009년부터 모든 건물을 패시브 하우스 형태로 설계해야만 건축 허가를 내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패시브 하우스는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국내 패시브 하우스는 2000년대 후반 도입되었으나 관련된 정보를 얻기도 힘들고 높은 비용으로 인해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 관련협회와 민간 단체들이 생겨 패시브 하우스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에너지를 줄이는 것은 궁극적으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일입니다. 패시브 하우스가 늘어날수록 지구와 나를 건강하게 지키게 될 것입니다.
이형근기자 bass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