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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ZBA공지사항

‘찜통 청사’라는 성남시 청사, 버젓이 친환경 인증


 ‘찜통 청사’라는 성남시 청사, 버젓이 친환경 인증

목정민 기자 loveeach@kyunghyang.com  -경향신문 2011년 9월 20일자-

 

ㆍ에너지 부문 배점 겨우 20%… 다른 기준 만족하면 ‘합격’

인천 서구에 있는 국립환경과학원에는 지난 4월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건물이 들어섰다. 소비되는 에너지는 줄이고, 부족한 에너지는 자체 생산하는 똑똑한 건물이다. 에너지 관련 신기술을 총 66가지나 동원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지도 않는다.

비결이 무엇일까.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이 건물은 남향이어서 햇빛을 넉넉히 받는다. 지붕과 벽, 바닥에는 두께가 일반건물의 2배에 달하는 단열재가 들어가 있다. 외부의 에너지를 많이 받고, 나가는 에너지는 단속하는 것이다.

부족한 에너지는 자체 생산한다. 벽과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이 넓게 깔려 있다. 탄소 배출은 물론 오염물질 배출도 없다. 건물 안에는 태양열발전기와 지열발전기가 있다. 건물의 냉·난방에 필요한 전기는 이를 통해 생산된다.
 

 

 

지난 4월 인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에 들어선 친환경건물. 에너지 관련 신기술 66가지가 적용됐다. |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최근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에너지 그린빌딩(Green Building)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냉·난방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인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 에너지 소비량보다 에너지 생산량이 많은 액티브하우스, 건물 녹지비율을 높이고 친환경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건축물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처럼 에너지 사용량을 줄인 건물을 짓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물들이 사용하는 에너지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중 상업·가정용 건물이 배출하는 양이 23%에 달한다. 냉·난방 에너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주택이 소비하는 에너지는 연간 평균 1290MJ/㎡로 일본의 2.6배다. 독일의 저에너지 건물에 비하면 5배에 달한다.

정부도 친환경건물 늘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 목표는 건물분야에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배출전망치(BAU)보다 40%를 줄이는 것이다. 녹색성장위원회는 2025년까지 신규 건물을 모두 에너지 제로(0) 형태로 짓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건물을 거래할 때 친환경 인증을 받은 건물에는 세금 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환경부도 올해 ‘그린빌딩 인증 및 보급제도’를 신설했다.

그린빌딩은 크게 친환경건축물과 에너지효율 건물 2가지가 있다. 친환경건축물 인증은 토지 이용 및 교통 편의성, 에너지·자원 및 환경 부하 관리, 생태환경, 실내환경 4가지 분야로 총 50개 항목의 총점을 매긴다. 총점이 65점 이상이면 ‘우수’, 85점 이상이면 ‘최우수’ 등급을 받는다. 에너지효율 건물에는 기존 건물과 비교해 에너지를 10% 줄이면 에너지효율 5등급, 50% 줄이면 1등급을 준다.

하지만 목적이 비슷한 이 두 가지 인증제도의 배점기준에 일관성이 없어 한 가지는 ‘그린’이지만 다른 쪽에서는 그렇지 않은 건물이 생겨 문제를 낳기도 한다.

3222억원을 들여 2009년 완공한 경기 성남시 청사가 대표적이다. 이 건물은 친환경건축물 인증 검사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지만 에너지효율 등급 인증에서는 탈락했다. 현재 성남시 청사는 냉방이 잘 안돼 ‘찜통 청사’로 불린다. 성남시는 큰돈을 들여 청사를 지었는데도 에너지효율이 극히 낮고 전기료가 급상승하자 시공사를 상대로 한 소송 제기를 검토하기도 했다. 


 


건물을 화려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한 유리벽(올 글라스 커튼월)으로 햇빛이 많이 들어오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다. 유리 외벽은 겨울철에는 일반 단열벽체보다 열손실이 크고, 여름철에는 복사열로 유리온실 효과를 일으킨다.

성남시 청사가 에너지효율 등급 인증을 받지 못하는데도 친환경건축물 인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친환경건축물 인증에서 에너지 부문 배점이 100점 만점에 약 20점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녹지비율, 대기순환, 친환경 자재 사용 등에 대한 점수가 80점을 차지한다.

최근 유행하는 패시브하우스는 친환경건축물 인증을 받을 길이 없다. 패시브하우스는 에너지효율에 초점을 맞춰 만들었기 때문에 녹지비율, 대기순환, 자재 등의 점수가 낮아 인증 총점을 채울 수가 없다. 실제로 국내 패시브하우스 중 친환경건축물 인증을 받은 것은 한 채도 없다.

반면 에너지 효율이 아주 낮아도 80%를 차지하는 녹지비율 등의 조건만 충족하면 친환경건축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태구 세명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현 제도에서는 친환경건물이라고 해도 반드시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는 건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에너지효율 건물이 늘어나는 만큼 인증 기준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도 최근 친환경건축물 인증 기준에서 에너지 항목 비중을 20%에서 30%로 높이기 위한 타당성 연구를 하고 있다.

패시브하우스가 인기를 끌면서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국내법상 공식적으로 인증하는 기준이 없다. 이 때문에 패시브하우스는 독일에서 인증을 받거나 민간 패시브협회에서 발행하는 인증을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