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과 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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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지난 9월11일에 도쿄에서는 다시 6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여기에서도 주목받은 이들은 유명 소설가, 유명 배우, 젊은 예술가 그룹 등이었다. 원전반대 행동가들의 존재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일본의 대규모 반원전 시위에서 이들의 역할은 그다지 크지 않을 터인데, 그래도 아마 이들은 ‘비밀공론장’을 계속 유지하려 할지 모른다.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후쿠시마 사고 후 한국에서도 원자력을 반대하는 많은 ‘행사’가 열렸다. 주로 토론회, 강연회였고, 참가자는 대체로 수십명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들 ‘행사’의 한가지 공통점은 원자력을 핵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토론회 제목이나 발표문에서 원자력발전이란 단어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들 안에서는 탈핵, 반핵이란 용어가 대세이다. 그런데 이들 밖으로 나오면 그 말은 찾아보기 어렵다. 경향, 한겨레를 비롯한 진보 신문에서도 대부분 원전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보통 시민 사이에서도 원자력이란 말이 압도적 대세이다. 핵은 핵무기를 칭하는 말이라고 여긴다. 20년쯤 전 핵무기와 원전을 구분못한 어느 대통령 후보자처럼 혼동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탈핵, 반핵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결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보통 시민은 좀처럼 쓰지 않는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시민들로부터 멀어지고, 결국 일본의 원전반대 행동가들처럼 ‘비밀공론장’을 만들어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반핵, 탈핵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원전이 핵무기와 동급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일 것이다. 원리가 같으니 둘이 동급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원전은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폐기되어야만 한다. 이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폐기가 다수 시민의 힘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고, 따라서 이들 다수를 설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어떤 용어를 쓸 것인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반핵, 탈핵이 보통 시민에게는 생소한 것이라면, 그 용어가 더 정확한 것이라도 과감히 버리고 반원전, 탈원전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참여정부 때 핵폐기장은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최종적으로 원전수거물관리센터로 개칭되었다. 그러나 언론과 시민들은 이 용어를 수용하지 않았고, 방폐장이라는 말이 대세가 되었다. 이는 시민들의 판단력이 허술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전이란 용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말할 수 있다.
이필렬
2011년 9월 28일
[녹색세상]탈핵과 탈원전 (이 글은 경향신문 2011년 9월 28일자 오피니언란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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