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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원전과 탈핵

“방사능 노출 순간, 내 몸에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방사능 노출 순간, 내 몸에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한갸례 2014.10.9

 

 

다큐 <후쿠시마에서 부르는 자장가>에 만삭의 몸으로 직접 등장했던 가나 도모코 감독의 모습. 정지욱 평론가(아래)와 만난 그는 “원전 문제는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옛날 일본이 저지른 전쟁과 비슷한 면이 많다”고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문화‘랑’] 영화

‘후쿠시마에서 부르는 자장가’
가나 도모코 감독과 정지욱 평론가 대담

2011년 3월11일. 벚꽃이 만개한 일본 후쿠시마에 거대한 쓰나미가 덮쳤다. 한 순간에 폐허가 됐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원전)도 있었다. 정부는 “원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발표만 거듭했다. 그러면서 원전 반경 20㎞를 통제구역으로 설정하고 언론의 접근을 막았다.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감독 가나 도모코는 원전 통제구역 취재에 나선다. 원전 반경 20㎞, 10㎞, 7㎞, 4㎞…. 강력한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성큼 다가온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그는 원전 위험성을 카메라에 담는다. 결연한 의지도 잠시. 40살이 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던 그의 몸에 4주차의 생명이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연료봉이 녹아내리는 최악의 상황에서 세슘 먼지를 들이마신 가나는 배 속 아이에게 무한한 죄책감을 느낀다. 그는 아이를 지켜낼 수 있을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에 초청된 <후쿠시마에서 부르는 자장가>는 가나 도모코가 셀프 다큐 형식으로 만든 영화다.지난 7일 정지욱 영화 평론가가 부산에서 그를 만났다.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원전 통제구역 취재 ‘셀프 다큐’
“아이를 안전하게 지키려는
엄마들의 고민 알리려 제작
세월호 참사 너무나 가슴 아파
은폐하는 정부의 태도에 화나”

 

 

정지욱 영화평론가.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정지욱(이하 정) 가나 감독은 지난 2009년 환경문제를 다룬 <아름다운 섬>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되면서 한국에 알려졌다. 이번엔 경쟁부문으로 초청돼 의미가 남다를텐데.

 

가나 도모코(이하 가나) 일본에서 원전을 다룬 작품을 만드는 것은 여러 면에서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3년 동안 많은 고민과 고통 속에 만든 작품이다. 부산에 초청돼 날아갈 듯 기뻤고, 특히 월드프리미어(전세계 최초 공개)로 상영돼 더 기뻤다. 아직까지 후쿠시마 원전이 안전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제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원전으로부터 어떻게 안전하게 아이를 지킬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원전 문제를 영화로 다루고자 한 이유는 무엇인가? 임신 사실을 알게되면서 다큐의 방향이 바뀌었을 듯 한데.

 

가나 처음에는 원전 근처에 살던 사람들을 취재하고 싶어 들어갔다. 원전 반경 4㎞까지 접근했다가 방사능에 노출됐다. 그런데 그 후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고, 피해자를 취재하는 입장이 아닌 나 스스로 피해자가 됐다. 임신 사실을 알고 너무 힘들었다. 아이를 지킬 방법을 고민하다 많은 엄마들이 나처럼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안전한 곳으로 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부분 약자고 정부나 언론을 향해 목소리를 내기 힘든 사람들이다. 그래서 방향을 바꿔 셀프 다큐 형식으로 나와 이런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기로 했다.

 

영화를 만들기 전 책을 냈고, 소셜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모은 것으로 아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가나 취재하면서 200명이 넘는 엄마들을 만나며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는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얇은 책자를 냈다. 아직 원전 피해 지역에서 이주하지 못한 엄마들을 위해 어디로 어떻게 갈 수 있나, 안전한 먹거리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나 등에 대한 정보를 담아 공유하고자 했다. 이후 영화를 제작했는데, 큰 회사의 조력을 얻기 힘들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150만엔(한화 1500만원)의 펀딩을 받았다.

 

각각의 장면마다 수위조절이 힘들었을 듯 한데, 기준은 무엇이었나? 사실 제왕절개 장면은 충격적이기도 했다.

 

 

가나 도모코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가나 쓰나미는 일본 사람들에게 너무 아프고 충격적인 기억이다. (영화에 등장한 것보다) 훨씬 심한 영상도 많지만, 사람들은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소리만 들려줘도 머릿 속에 당시의 장면이 그려질 수밖에 없다. 암전으로 처리해 소리만 들려주는 방식으로 그 기억들을 떠올리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봤다. 출산장면은 저의 마지막 셀프 다큐라 생각해 아이가 태어나는 장면까지 적나라하게 담았다. 불편했다면 미안하다.

 

피폭에 대한 두려움이 컸을텐데,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말을 믿은 건가?

 

가나 일본 정부가 발표한 것은 전부 거짓말이었다. 한국의 세월호 사건과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저널리스트들이 들어가서 취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큰 언론사 기자들은 통제가 돼 들어갈 수 없었지만, 프리랜서는 제약이 적었다. 그만큼 책임감이 컸다.

 

(노란 리본 뱃지를 꺼내며) 이것은 세월호 참사로 죽은 사람들을 추모하는 뜻으로 다는 리본이다.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가나 (울먹이며) 텔레비전에서 세월호 사건을 보며 단 한 명이라도 구조되길 빌었다. 내가 만든 다큐가 엄마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처럼 세월호 역시 엄마 입장에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은폐하는 정부의 태도도 비슷해 화가 났다. (뱃지를 가슴에 달며) 감사히 받겠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작품이 일본에서 쏟아지고 있다. 숙성되지 않은 작품들도 많은 듯 하다.

 

가나 미숙한 작품도 있을 것이다. 미숙하더라도 피해 당사자들이 찍은 작품들은 의미가 크다. 예를 들어 목장을 운영하던 사람이 자기 소들이 피폭당해 죽어가는 장면을 찍은 작품이 있다. 미숙하지만 훌륭한 작품이다.

 

한국은 현재 23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고, 정부는 2024년까지 원전을 42기로 늘려 세계 3위 원자력 대국이 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위험한 사태를 먼저 직면한 사람으로서, 한국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가나 원전은 없어져야 한다. 부산과 가까운 고리 원전은 굉장히 오래됐고, 지난해에 사고도 있었다. 일본에 원전이 50기가 있다. 일본은 화산이 많고 세계 지진의 10%가 발생하는 국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라. 사고가 일어나면 원전 반경 수십킬로미터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한다. 그것이 내 고향이라면 얼마나 슬프고 괴롭겠나. 한국은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원전이 효율적이라는 말은 거짓이다. 경제적으로만 봐도 방사능 폐기물은 10만년 동안 관리해야 된다. 내 아이는 무사히 태어나 2살이 됐다. 하지만 방사능 노출의 결과가 10년 후, 20년 후, 또는 50년 후에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죽을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것이 원전의 공포다.

 

부산/정리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가나 도모코는 누구?

 

1971년 3월 도쿄에서 태어난 가나 도모코는 19살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다큐멘터리와 처음 만났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에서 뉴스를 제작하다 프리랜서 다큐 감독으로 전향했다. 2007년 선댄스 영화제 출품작 <강가의 두 사람>의 각본을 썼다. 기후변화로 수장 위기에 처한 알래스카 시슈마레프, 이탈리아 베니스, 그리고 남태평양 투발루의 모습을 담은 영화 <아름다운 섬>은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펀드 배급 지원작으로 선정됐고, 환경영화제에도 소개됐다. <아와사키 치히로>(2012), <쓴 눈물의 대지에서>(2001), <마루디에무 그녀의 인생에서 생긴 일>(2001) 등의 작품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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