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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주택의 현장을 가다] [1] 저출산·고령 사회에 뜨는 주택

[미래 주택의 현장을 가다] [1] 저출산·고령 사회에 뜨는 주택

 

노인·젊은이 골고루 나눠 임대… 日 '세대교류형 주택' 급속 확산
주방·거실 모두 같이 사용, 이웃간의 정 새로이 느끼고
보안·편의시설 좋아 인기… 한국은 고령자 단지만 고집

최근 한국의 사회·경제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주택 시장도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1인가구 증가와 고령화로 소형주택 인기가 치솟고, 저탄소 녹색성장에 발맞춘 '그린홈(green home)'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 주택 시장이 나아갈 미래상을 3회에 걸쳐 전망해 본다.

일본 도쿄 도시마(豊島)구 니시스가모역에서 걸어서 6분 거리에 있는 14층짜리 빌딩. 이 빌딩 2층에는 이른바 '컬렉티브하우스 스가모(巢鴨)'라는 주택이 있다. 어린이부터 청·장년층과 노인까지 모여 사는 이른바 '세대 교류형 주택'이다. 한때 구청이 건물을 빌려 어린이집으로 사용했지만 어린이가 줄면서 비어 있던 건물을 건물주와 '컬렉티브하우징'이란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새로운 형태의 임대 주택을 탄생시킨 것이다.

일본 도쿄 도시마구의 세대교류형 주택인 ‘컬렉티브 하우스’ 공용식당에서 입주자들이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입주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번갈아가며 음식을 만들고 식사도 하면서 이웃 간의 정을 키운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제공

 

가족용 주택 3가구와 원룸 8가구로 구성돼 있으며 각 가구는 독립된 공간을 갖고 있다. 입주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번갈아가며 공용 식당에서 의무적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이웃끼리 정을 쌓는다. 미야마에 마리코(宮前眞理子) 컬렉티브하우징 이사는 "임대료가 싼 것도 아닌데 80명의 대기자가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최근 저출산·고령화가 본격화하면서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인구구조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형태의 주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의료시설과 일반주택의 장점을 섞은 '의존형 주택'(Assisted Living)이 유행이다. 의존형 주택이란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위한 주택이지만, 요양시설처럼 집단생활을 하지 않고 각자 개인생활을 하면서 식사나 집안일 같은 간단한 서비스만 제공받는 게 특징이다.

젊은이들에겐 셰어하우스 인기

도쿄 아다치(足立)구에 있는 '셰어플레이스 고단노'는 지상 6층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이른바 '셰어하우스(Share House)'다. 개인방에는 에어컨·책장·수납장이 완비돼 있지만, 거실·부엌·샤워룸·세탁실 등은 함께 쓴다. 한국식 원룸과 비슷하지만 부엌·거실 등을 같이 쓰기 때문에 개인이 사용하는 방은 더 넓은 것이 특징이다. 입주자들은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알뱅크(R-BANK)'의 스즈키 가구(鈴木�U) 이사는 "셰어하우스는 일반주택보다 보안이 우수하고 편의시설을 잘 갖춰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새로운 주택이 유행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주택보급률이 110%를 넘어 빈집이 속출하면서 임대 경쟁이 불붙었기 때문이다. 스즈키 이사는 "주택이 남아돌아 특색있는 시설이 없으면 임대가 나가지 않다 보니 건물주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1인가구가 급증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대도시 중심으로 'SRO(Single Room Occupancy)'란 소형 주택 건설이 확산되고 있다. 7~19㎡(2~5.6평) 크기에 주로 주방이 없고 욕실은 공용으로 사용하는 주택이다. 임대료가 저렴하고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단기간에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거꾸로 가는 한국의 주택정책

현재 일본에는 고령자들이 입주하는 고령자전용 주택단지가 많다. 하지만 노인끼리만 모여 사는 주택단지는 활력이 떨어지고 사망한 지 며칠 지나서 발견되는 고독사(孤?R死)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간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는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모여 사는 '에이지믹스(Age Mix)'형 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주택정책은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에서 부작용이 많아 포기한 고령자전용 임대주택 확대를 고령화 대책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1인 가구 증가를 고려하지 않는 주택정책이 최근 심각한 전세난의 원인 중 하나"라면서 "고령화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공급하지 않으면 향후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대(世代)교류형 주택

주방·거실 등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유럽의 컬렉티브하우스(Collective House)에서 유래된 용어. 일본에서는 컬렉티브하우스가 젊은이와 노인 등 여러 세대가 교류하면서 이웃을 만들어가는 세대교류형 주택으로 발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