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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원전과 탈핵

참치도 끊었는데... 더 무서운 놈이 왔다 [오마이뉴스]

참치도 끊었는데... 더 무서운 놈이 왔다

[서평]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 다른 에너지>... 심각한 누더기 원전

오마이뉴스 14.12.08 08:27l최종 업데이트 14.12.08 08:27l

 

이제 고등어, 오징어도 먹지 말라구요?

고등어, 명태, 다시마, 오징어, 꽁치, 미역. 최근 밥상의 단골 수산물의 수입산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이 검출됐다. 후쿠시마 사고가 터졌을 때, 즐겨 먹던 참치를 끊었다. 바다로 흘러든 방사성 물질이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태평양으로 유입되고 있으니, 당장은 먼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될 가능성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미봉책이다. 후쿠시마에서 흘러나온 방사성 물질이 해류를 타고 흘러 아메리카 대륙을 찍고 다시 돌아 한반도 근해로 오려면 5년 정도 걸린다. 5년 뒤에는 국내산 수산물들도 안전하게 먹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미 5년이 아니라 벌써 한반도 근해까지 도달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같은 해역에서 잡아도 우리나라 배가 잡으면 '국내산'이 되고 러시아 배가 잡으면 '러시아산'이 된다. 국내산이냐 수입산이냐를 따지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해역이냐 하는 것이다. 바다에는 장벽이 없으니 국내 바다(?)만 안전하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후쿠시마에서는 방사성 물질이 계속 유출되고 있는데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수산물들의 방사성 물질 오염은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수입산 고등어, 오징어, 꽁치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것은 국내산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다. 이제 우리 밥상에서 고등어, 오징어, 꽁치, 명태가 사라질 날도 멀지 않았다.

후쿠시마 사고가 터져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했던 무감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방사성 물질은 '죽음의 습격자'가 되어 밥상의 안전을 위협한다. 피폭되면 치명적인 질병을 야기하는 데다 반감기마저 길게는 백만 년이나 걸리는 방사성 물질로부터 '나 혼자만', '내 가족만' 안전할 수 있는 길은 애시당초 없었다. 이 당연한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은 아닐까. 핵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이 땅에는 14개의 '후쿠시마'가 있다

옆 동네에서는 핵 발전소가 터져서 난리가 나고 그 충격과 공포에 전 세계가 핵 발전소 중단 혹은 폐기로 돌아서고 있는 마당에 한국만 더 짓겠다고 야단이다. 핵 발전소를 세우기에 적당한 입지 조건은 '교육 수준이 낮고, 가난한 사람이 사는 인구 과소 지역'이라고 한다. 내가 사는 곳은 전남 영광 한빛원전 근방이다. 원전 세우기 '딱 좋은', 교육 수준 낮고 가난한 시골 농촌 마을. 천대 받는 '내부 식민지'의 서글픈 모습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3일)도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한국의 '누더기 원전' 실태를 폭로했다. 일본, 미국에서는 쓰지 않는 부실자재가 한국의 원전 14기 전부에 쓰였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상태가 심각한 것이, 균열 문제로 가동 중단 사태를 겪은 한빛 3·4호기란다. 이 땅에는 14개의 '후쿠시마'가 있다. 그 중 6개가 영광에 있다. 그린피스는 한빛 3·4호기의 즉각적인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걱정했지만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사태가 내 집 코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불안과 공포가 밀려온다.

 

▲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 다른 에너지> 표지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노력과 적정 기술의 만남, 착한 에너지. 침몰하는 핵발전 카르텔과 에너지 빈곤의 악순환, 나쁜 에너지. 정의로운 탈핵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복지의 합주, 다른 에너지. 석유부터 탈핵까지 지금 시민이 알아야 할 탈핵 교양의 모든 것.
ⓒ 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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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 다른 에너지>는 요즘 나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핵 발전소 문제에 관해 최소한 '일자무식'은 탈피해야 겠다는 심정으로 꺼내든 책이다. 핵뿐만 아니라 석유 문명의 종말과 새로운 재생가능 에너지 체계로의 전환까지, 에너지 관련 이슈 전반을 알 수 있는 '교양서'다.

읽다 보니 핵 발전소의 실태가 어떠한지 정도를 알고자 했던 시도가, 에너지 생산과 소비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고서는 '위험사회'로부터 절대 탈출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한국사회는 '자동차-도로-석유'의 삼각 카르텔에 포박돼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굴뚝 산업, 토건 마피아, 화석-핵 산업의 공고한 카르텔이 한국 사회를 지탱 불가능한 미래로 이끌고 있다는 말이다. 에너지는 물과 먹을거리와 함께 우리 삶을 지탱하는 기본 요소다. 특히 화석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중앙 집중형 에너지 체계를 민주주의, 정의, 환경, 경제, 복지, 평화 등 다양한 차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11쪽)

이 책은 핵 발전소라는 괴물에 동화돼 안정된 풍요를 제공해 줄 것이라는 헛된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스톡홀름 신드롬'에 빗대어 설명한다. 인질과 인질범이 운명 공동체가 되었듯이, 당장의 편리함에 취해 무의식중에 핵 발전소에 동화되고 있다는 섬뜩한 비유다.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할까. 우리는 마약과도 같은 '에너지 중독'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새로운 문명의 전환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에너지나 기후변화 문제를 접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에너지 집약형 현대 문명이 과연 알맞나 하는 질문이다. 유한한 자원을 대책 없이 쏟아부어야만 유지될 수 있는 문명이라면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잘못된 문명을 바꾸려면 사회 구조의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구조적인 전환이 병행되지 않으면 언제든 문제는 다시 발생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집약형 현대 문명의 중심에는 수요를 조장하는 잘못된 에너지 체계가 있고, 그 핵심에는 핵 발전을 기본 전제로 만드는 심리 또는 의도가 자리잡고 있다. (22쪽)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탈핵 에너지 전환에 대한 상상

탈핵-에너지 전환의 중요한 두 가지 전제 조건은 '정의'와 '지속가능성'이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7가지 원칙(250~251쪽)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에너지 효율화와 에너지 절약,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로 전환한다. 중앙 집중형 대규모 에너지 체제를 지역 분산형 소규모 에너지 소비 체제로 전환한다. 둘째,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적정한 에너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에너지 서비스의 사회적 형평성을 제고한다. 셋째,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통해 얻는 이익이나 비용은 사회적으로 정의롭게 배분돼야 한다. 넷째, 국가와 지역의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데 민주성, 참여성, 통합성을 확대한다.

다섯째,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에너지 정책 결정 권한과 재정을 지방 정부에 이전해 에너지 정책의 분권화와 지역 거버넌스를 강화한다. 여섯째, 온실가스 배출, 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 과정의 인권 침해 등 국제사회의 책임성을 높인다. 일곱째, 사회적 양긍화 해소와 보편적 복지 확대, 노동권의 보장과 질 좋은 일자리 확대, 지역 분권화와 자립 강화 등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과 경제발전에 기여한다.

탈핵과 새로운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은 '가만히 있지 않는 것'에서 시작한다. 전문적이라는 이유로, 정보가 빈약하다는 이유로, 핵 카르텔과 찬핵 동맹이 너무 공고하다는 이유로 망설인다면 '나쁜 에너지'로 병든 지구에서 내 아이들이 위태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당장 밥상 안전부터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민감한 사람은 '아줌마'다. 내 아이의 안전이 불안하다면 행동해야 한다. 감히 이렇게 외치고 싶다. 전국의 아줌마들이여! 단결하라! 핵 마피아들에게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맡겨두지 말자.

덧붙이는 글 |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 다른 에너지>(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지음/이매진 펴냄/2014. 6/263쪽/1만3500원) 이 글은 제 블로그 http://blog.yes24.com/xfile340 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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