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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하우스이론/패시브하우스이론1

C. 기술적인 구성 요소

C. 기술적인 구성 요소

 

가. 열교의 최소화

건축물에서 건물 외피의 열저항은 대체로 일정한 값을 보인다. 이는 단열을 하지 않은 건물이나 단열을 고르게 한 건물에 모두 해당된다. 단열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열저항이 작고, 단열을 한 경우에는 열저항이 크기 때문에 열손실이 적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런데 두 경우 모두 열저항이 다른 대부분의 외피와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존재한다. 이러한 부분을 열교(heat bridge)라고 부르는데, 열교는 다음과 같은 여러 요인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다.

 

1. 열전도값이 높은 자재들이 단열성이 더 높은 건물 외피와 맞닿은 경우. 예를 들어 층간의 콘크리트 바닥과 벽돌로 된 외벽이 맞닿는 부분, 콘크리트 발코니와 외벽이 맞닿는 부분 등

2. 벽-벽, 바닥-벽, 지붕-벽 등의 연결부나 모서리와 같이 내부표면과 외부표면의 면적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기하학적 조건에 의한 열교). 이때는 열을 흡수하는 내부표면의 면적보다 열을 방출하는 외부표면의 면적이 더 크기 때문에 이 지점의 온도가 그 주변지점의 온도보다 낮아지고, 따라서 이 지점에서 열교가 생긴다.

3. 건물 구성부분의 두께가 변화할 경우. 예를 들어 라디에이터를 집어넣기 위해 벽두께를 줄인 부분 등.

4. 단열, 창호설치 등의 세부 건축과정에서 세심한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예를 들어 단열재에 틈이 있거나 창호와 벽 사이의 연결부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경우 등.

 

이러한 부분에서 발생하는 열교에서는 주위의 다른 부분보다 더 많은 열손실이 일어난다. 또한 이때의 열손실로 인해 열교가 존재하는 부분의 온도는 다른 부분보다 더 낮아지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결로현상이 발생하고 곰팡이가 피기도 한다. 따라서 열교는 실내의 부분별 온도격차가 커지게 함으로써 건물 실내의 열적인 쾌적성에 손상을 주고, 열교로 인한 결로와 곰팡이의 발생은 건물과 사용자의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열교에서 결로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온도에 따라 공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온도가 높은 공기는 온도가 낮은 공기보다 더 많은 양의 수증기를 품을 수 있다. 이 양을 상대습도로 표시하는데, 실내온도가 섭씨 20도이고, 상대습도가 60%일 경우, 온도가 섭씨 12도로 떨어지면 상대습도는 100%로 올라가고, 수증기가 물방울로 변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건물 외피에 따뜻한 부분과 차가운 부분(열교)이 동시에 존재할 경우, 건물 내부에서 열교가 발생한 부분의 실내공기 온도가 응결점 이하로 떨어지면, 이곳에서 결로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패시브하우스의 성립조건을 충족시키려면 ‘열교 없는 건축’(heat bridge free construction)이라는 ‘정의’를 만족시키는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열교 없는’이라고 해서 패시브하우스에서 열교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열교가 존재하지만 이 열교를 통해서 빠져나가는 에너지의 양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함으로써 패시브하우스의 성립에 열교가 방해요소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패시브하우스의 ‘열교 없는’이라는 정의는 모든 열교의 열손실계수가 0.01W/(mK)이하를 나타내는 것을 가리킨다. 패시브하우스에도 기하학적 조건에 의한 열교와 건축 구조적 조건에 의한 열교가 발생한다. 그러나 패시브하우스에서는 이러한 열교가 발생하는 부분의 처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이 부분에서의 열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단열을 별로 하지 않은 건물에서는 내부의 에너지가 외피 전체를 통해서 어느 정도 고르게 외부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구조적인 조건에 의해서 발생하는 열교의 존재가 전체 에너지 손실에 기여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그러나 단열이 제대로 된 새 건물의 경우에는 그러한 열교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이 전체 에너지 손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외피의 다른 부분을 통한 열손실이 아주 적기 때문이다. 특히 두께 30cm의 단열재를 덧붙인 패시브하우스의 경우에는 특히 이 점에 유의해야 하고, 세심한 설계와 올바른 시공을 통해서 열교가 발생하지 않거나 열교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열교를 피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건물 외피를 단열재로 고르게 빈틈없이 둘러싸야 한다. 단열재를 고르게 둘러싸는 이유는 외피를 통한 열손실이 어느 지점에서나 거의 같도록 함으로써 열교의 발생을 막기 위함이다. 빈틈이 없어야 하는 이유는 빈틈과 맞닿은 외벽을 통해서 더 많은 열손실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이곳에 열교가 생기기 때문이다. 벽과 벽, 벽과 지붕, 벽과 바닥이 맞닿기 때문에 열교의 발생을 막을 수 없는 부분도 단열재로 철저하게 둘러싸면 열교가 최소화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건물 외피를 비용을 적게 들이고 고르게 둘러쌀 수 있으려면, 건물외피의 형태가 단순한 것이 좋다. 건물의 멋을 내기 위해 돌출시킨 부분이 많아지면 그만큼 단열재로 빈틈없이 고르게 둘러싸기가 어려워진다.

둘째, 건물 구조상 단열재로 빈틈없이 둘러쌀 수 없거나 이 경우 많은 비용이 들 경우에는 가능한 한 두 부분을 건물 본체로부터 열적으로 분리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발코니이다. 발코니는 보통 건물 외벽을 뚫고 그 층의 바닥과 연결되는 방식으로 시공된다. 또한 밖으로 상당히 돌출되어 있기 때문에, 구조적인 안정을 위해 층의 바닥과 열을 아주 잘 전달하는 철근 콘크리트로 연결된다. 그러므로 외벽이 제대로 단열되어 있다 하더라도 바닥에 연결된 발코니는 아주 심각한 열교 작용을 한다. 이러한 발코니의 열교 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발코니를 건물 본체와 분리해서 축조하는 것이다. 본체와 발코니는 따로 건축한 후 단열재로 둘러싸인 본체와 발코니의 몇 개 지점을 앵커를 사용해서 연결하면 열교는 거의 없앨 수 있다. 앵커가 연결된 몇 개의 지점에서 생기는 점형 열교로 빠져나가는 열은 무시할 정도로 적다. 분리해서 건축하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발코니를 바닥과 함께 하나의 거푸집 속에 넣어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것이 아니라, 발코니 판만을 따로 만들어 바닥과 발코니 판 사이에 단열재가 들어갈 틈을 두고 단열재로 싸인 강한 이음앵커로 바닥과 발코니판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 후 둘 사이의 틈에는 단열재로 채우면 열이 전달되는 면적은 연결앵커 부분으로 제한되고, 열교가 크게 줄어든다. 한국의 경우 아파트의 발코니는 완공 후 대부분 발코니창으로 둘러싸이는 공사를 거쳐 내부공간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 경우 비용을 적게 들여 열교를 없애는 방법은 발코니까지도 처음부터 단열외피 속에 포함시켜서 설계하는 것이다.

셋째, 두께가 서로 다른 단열재가 만날 경우 가능하면 단열재의 중심선이 일치하도록 시공한다. 이런 일은 주로 창문을 설치할 때 발생한다. 창이 단열재의 중심선 위에 세워지는 것이 열교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외피가 서로 맞닿음으로써 만들어내는 각은 가능한 한 둔각으로 처리하고, 이 부분을 둘러싸는 단열재는 서로 빈틈없이 밀착시켜 연결해야 한다. 90도보다 작은 예각일 경우에는 맞닿는 부분의 내부면적과 외부면적의 차이가 커지기 때문에, 열손실이 더 많아진다.

넷째, 서로 다른 건물 구성부분이 맞닿는 곳의 자재는 가능한 한 열전도율이 낮은 것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난방을 하지 않는 지하실이나 땅바닥에 면한 1층의 바닥부터 올라가는 벽의 경우 처음부터 콘크리트로 연결하면 차가운 바닥으로 열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밑바닥을 기포콘크리트나 발포유리로 쌓으면, 벽을 통해서 열이 밑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경우에 사용하는 자재의 열전도율은 0.25W/mK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러한 자재로 바닥 윗면을 덮는 것이 불가능할 때는 단열재를 바닥 아래로 깊게 연장해서 덮는 것도 어느 정도는 열손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나. 기밀성

일반적인 기존의 건축물에서는 밀폐가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나 환기 측면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건물 외피로부터 빠져나가는 에너지의 양이 크기 때문에, 그 중에서 공기가 조금씩 통과할 수 있는 틈으로 빠져나가는 에너지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다. 또한 이러한 틈을 통해서 신선한 공기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공조장치를 통한 환기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러한 틈새는 결로를 일으켜서 건물손상을 가져오는 탓에 건물의 안정적인 유지라는 측면에서는 문제를 안고 있다.

기존 건축물과 달리 패시브하우스에서는 건물의 기밀성이 에너지 소비나 환기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틈새가 존재하여 공기가 제멋대로 통과하게 되면 이를 통해 상당한 열손실이 일어나고, 환기시스템을 조절하는 것도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패시브하우스의 성립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패시브하우스에서는 기밀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건물 외벽의 틈을 통해서 빠져나가는 수증기의 양은 틈이 아주 작은 경우라도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다. 이 틈을 통해서 공기와 함께 수증기가 연속적으로 외부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실내온도와 상대습도가 각각 섭씨 20도, 50%, 외부온도와 습도가 각각 섭씨 0도, 80%일 경우, 길이 1m에 걸쳐있는 1mm의 틈을 통해서 빠져나가는 수증기의 양은 하루에 약 360그램에 달한다. 이 수증기는 건물 외부로 나가면 즉시 응결할 것이고, 응결한 물이 따뜻한 봄이나 여름에 공기 속으로 증발하지 않고 단열재 속에 머물러 있게 되면 단열효과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건물의 손상을 가져오게 된다.

패시브하우스에서 요구하는 기밀성은 시간당 공기교체율로 표시되고, 내부와 외부의 압력차가 50파스칼일 때 교체율이 시간당 0.6 이하여야 한다. 즉 한 시간에 빠져나가는 공기의 양이 건물 부피의 0.6 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식으로 표기한다. 여기서 n50은 건물 내부와 외부의 압력차가 50파스칼이라는 것이고, 오른쪽 표시는 시간당 전체 부피의 0.6에 해당하는 양의 공기를 말한다.

 

n50 ≤ 0,6 h-1

 

건물의 공기 교체율은 소위 블로어-도어-테스트(Blower Door Test)를 통해서 검사한다. 이 테스트는 블로어-도어라는 장치를 이용해서 건물내부나 외부로 공기를 뽑아냄으로써 내외의 압력차를 50파스칼로 만들어주고, 이때 들어오는 공기의 양을 측정함으로써 공기교체율을 결정한다. 물론 이 테스트에서 교체율이 높게 나오면 공기가 과도하게 빠져나가는 틈을 찾아내어서 보수를 해야만 한다. 이 틈을 찾는 작업은 또 다른 특수장치를 사용한다.

건축물의 기밀성은 공기의 확산까지 차단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서 콘크리트, 시멘트 미장, OSB판 등은 일반적으로 기밀성이 확보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것들도 공기의 통과를 완전히 막지는 않는다. 소위 건물 벽이 숨을 쉰다는 것은 바로 벽을 통한 공기의 확산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멘트 벽돌(콘크리트)로 벽을 쌓고 단열재를 벽에 부착한 후 외단열공법으로 마감한 경우 확산을 통해서 빠져나가는 수증기의 양은 0.09g/m²h 이다. 무시할 정도로 대단히 적은 양인 것이다. 그러므로 벽, 바닥, 지붕을 한꺼번에 거푸집 속에 넣어서 콘크리트를 붓는 방식으로 건축한 건물은 콘크리트가 계속 이어져 있기 때문에, 창호, 문, 배관이 콘크리트와 맞닿는 부분을 제외하면 기밀성이 확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벽돌로 쌓은 건물이나 OSB를 사용한 목조주택은 이음새나 벽이 맞닿는 부분 등은 밀폐 자재를 이용해서 밀폐 처리를 하지 않으면 기밀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패시브하우스의 밀폐면은 건물 외피의 내면에서 끊어지는 부분 없이 이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내면에서 연결부를 철저하게 밀폐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밀폐면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야 한다.

 

• 모든 연결부분의 상세도를 설계할 때부터 밀폐를 위한 조처를 취한다.

• 배관, 전선연결 등의 설비가 들어갈 곳을 설계할 때 밀폐면이 확보될 수 있도록 설계한다.

• 이음새, 맞닿는 부분, 겹치는 부분의 수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설계한다.

• 이음새나 맞닿는 부분의 밀폐가 영구적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한다.

• 기밀면이 형성되는 면의 건축자재는 가능한 한 바뀌지 않도록 한다.

• 기밀면이 형성된 후에는 이 기밀면이 후속 작업에 의해서 손상되지 않도록 유의한다.

 

패시브하우스가 가장 많이 보급된 중부 유럽에서는 밀폐를 위한 건축 자재들이 이미 용도별로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주로 밀폐 시트, 밀폐 테이프, 부틸고무밴드, 밀폐용 접착제 등이 다양한 상표를 달고 시장에 나와 있다. 한국에서 흔히 창이나 관을 벽면에 부착하고 틈을 없앨 때 사용하는 우레탄폼이나 실리콘은 밀폐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 실리콘은 시간이 지나면 변형되어 틈이 생기고, 우레탄폼도 서서히 수축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패시브하우스의 기밀성은 오랫동안, 가능한 한 건물의 수명이 끝날 때까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사실 완공 직후에 이루어지는 블로어-도어-테스트 결과는 한 시점의 것일 뿐, 이 결과가 제대로 나왔다고 해서 그 후에도 계속해서 기밀성이 보장된다는 법은 없다. 중부 유럽의 패시브하우스 중에는 이미 완공된 지 10년이 지난 것들이 있다. 이러한 건축물에 대해 기밀성이 장기간 유지되는가를 측정하여 초기의 밀폐 시공이 제대로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연구가 있었는데, 대부분의 건물에서 장기간 기밀성이 확보되고 있다는 시험결과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