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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원전과 탈핵

‘차이나 신드롬’의 습격

‘차이나 신드롬’의 습격 [2014.03.17 제1002호]
[표지이야기] 기획연재_ 동아시아 핵발전 현장을 가다 ① ‘차이나 신드롬’의 습격 중국의 핵발전 건설 현장 르포
전세계 건설 중인 72기 가운데 28기 차지, ‘대력발전핵전’에서
‘안전고효발전핵전’ 정책으로 바뀌었지만 중국은 핵발전 팽창 속도가 폭발적인 세계 유일의 나라
 

 

 

» 지난 2월11일 오전 중국 산둥성 하이양시 펑청완미 해안가에서 바라본 하이양 핵발전소 1·2호기 건설 현장의 모습. 외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1호기는 오는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는지 모른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상흔이 할퀴고 간 지 3년. 재앙의 기억을 잃은 아시아는 지구에서 유일하게 ‘핵발전 드라이브’가 멈추지 않는 공간이 됐다. ‘에너지 블랙홀’ 중국 대륙은 거대한 핵발전 단지로 변하고 있으며 한반도도 이른바 ‘원전 대국’의 욕망을 감추지 숨기지 않는다. ‘아베노믹스’를 내세운 일본에서는 핵발전소 재가동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사실상 탈핵 국가’로 알려졌던 대만에서조차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핵에 둘러싸인 아시아는 어디로 가야 할까. <한겨레21>은 그 해답을 찾고자 중국·일본·대만 등을 찾아 아시아 핵발전의 현주소를 둘러봤다. 아시아에서 핵발전소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은 오래된 문명의 이기를 향한 성찰이자 생존을 위한 투쟁이기도 했다. 그 첫 순서로 그동안 국내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중국의 핵발전소 건설 현장을 소개한다. _편집자

 

 


차이나 신드롬 (China Syndrome)

1. 세계 소비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수요가 늘어나면서 원자재·소비재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 실제 중국 내 와인·참치·모피 등의 소비가 늘면서 전세계적으로 가격이 급격하게 오른 바 있다.

2. 핵발전소 사고로 과열된 원자로가 땅 밑까지 녹아내리는 현상을 일컫는 말(멜트다운). 원자로가 도자기(China)처럼 쉽게 깨진다 또는 원자로 열이 서구에서 지구 반대편인 중국까지 뚫고 나갈 정도라는 비유를 담고 있다.

 

송전선은 길과 평행선을 달렸다. 중국 광둥성 대도시 선전에서 동남부로 향하는 차창 밖에는 대형 송전탑 행렬이 한없이 펼쳐졌다. 가파른 능선을 오르다 때로는 고급 주택 사이를 가로지르는 이 송전선의 끝자락은 다야만 핵발전소와 닿아 있었다.

 

핵발전소 가리키며 ‘공장’

 

남중국해와 맞닿는 해안가에 있는 다야만 핵발전소는 중국 대륙 최초의 핵발전소다. 정확히 말하면 선전시 다펑구 펑청촌인 이곳은 선전 도심, 홍콩특별행정구와는 직선거리로 50km 남짓 떨어져 있다. 여기에서 만든 전기는 홍콩을 포함한 광둥성 일대로 흐른다. 공장이 모여 있는 산업도시인 다펑구 중심지를 지나자, 다야만 핵발전소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왔다. 곧 휴양지의 풍경이 펼쳐졌다. 한창 공사 중인 아파트 건물과 고급 요트가 정박해 있는 회원제 요트클럽 리조트가 눈에 들어왔다. 핵발전소로 향하는 펑청촌 반대 방향에는 광둥성의 유명 휴양지 샤오메이사 해변이 있다.

 

» 지난 2월8일 찾은 중국 선전시 다펑구 펑청촌과 이어진 다야만 핵발전소 입구에서 중국 공안이 출입 차량을 지켜보고 있다.

 

 

2009년 핵발전소 건설의 삽을 본격적으로 꺼내든 중국 정부는 ‘대력발전핵전’ (핵발전소의 대대적인 발전을 추진)을 강조했다. 당시 무시무시한 속도를 내서 모두 86기의 핵발전소를 새로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 등 주변국들은 경악했다.

 

다야만 핵발전소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해는 1994년이다. 미국 스리마일섬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1979년, 중국 정부는 이곳을 부지로 확정지었다. 소련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가 터진 1986년에는 다야만 공사의 첫 삽을 떴다. 프랑스 원자로를 들여와 만든 이 핵발전소는 홍콩의 중화전력공사(CLP·25%)와 중국광둥핵전집단공사(CGNPC·75%)의 돈으로 만들었다. 대신 홍콩은 전력의 25%를 다야만 핵발전소에서 끌어다 쓴다. 다야만 핵발전소의 원자로 2기 바로 옆에는 2002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링아오 핵발전소의 원자로 4기도 있다. 2014년 3월 현재 가동 중인 중국 핵발전소 21기의 설비용량 1만7021MW 가운데 약 35%인 5828MW가 다야만과 링아오 핵발전소에서 나온다. 설비용량으로 보면 중국 내 최대 핵발전 단지인 셈이다.

“저기요? 공장이에요, 공장.” 다야만 핵발전소가 있는 펑청촌을 찾은 2월8일 오후, 마을 입구에서 관광객에게 달걀을 구워 파는 가게 주인은 핵발전소 정문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마을의 중심에는 명나라 때 세웠다는 성곽 문인 ‘다펑쒀청’이 있다. 다펑쒀청 앞에선 ‘핵전집단’이라고 새겨진 작업복을 입은 핵발전소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직접 기른 채소를 가지고 나와 팔고 있었다.

펑청촌에는 대부분 발전소 직원이 산다. 그나마 토착민은 고향에 남겨진 노인들뿐이었다. 핵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예전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다펑구 시내로 떠났다. 펑청촌 사람들은 회사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렸다. 다야만 발전소 정문 앞에는 버스가 분주하게 드나들 뿐이었다. 핵발전소 건너편 동산항에서 고기를 잡는 주민들은 “발전소 앞바다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드는데 못 잡게 한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동산항에서 일하는 어부인 령아무개씨는 “발전소가 들어온 지 한참 됐지만 딱히 좋아진 것도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내년까지 핵발전 비중 5.5%까지 끌어올리려

 

사실 다야만 핵발전소가 가진 ‘영광의 타이틀’은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중국 최대 핵발전 단지라는 기록이 곧 깨질 테니 말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건설 중인 72기 가운데 28기가 중국에서 짓는 핵발전소다. 전체 에너지 발전량 가운데 약 70%를 석탄에서 얻고 있는 중국은 이 비중을 낮추기 위해 2015년까지 1% 수준인 핵발전 비중을 5.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09년 핵발전소 건설의 삽을 본격적으로 꺼내든 중국 정부는 ‘대력발전핵전’(핵발전소의 대대적인 발전을 추진)을 강조했다. 당시 무시무시한 속도를 내서 모두 86기의 핵발전소를 새로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 등 주변국들은 경악했다. 그러나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뒤, 중국 정부는 ‘안전고효발전핵전’(안정적이고 고효율적인 핵발전소 운영)으로 정책 노선을 바꿨다. 건설 승인이 이뤄진 핵발전소들도 사업을 재검토해 계획의 일부를 보류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핵발전 팽창 속도가 폭발적인 세계 유일의 나라다.

중국의 핵발전 건설 열풍은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산둥성에서도 느껴진다. 산둥성에는 남부 지역의 스다오완 핵발전소와 하이양 핵발전소 등 모두 3기가 건설 중이다. 애초 산둥성에는 모두 33기(설비용량 2만580MW·소형 4세대 원자로 19기 포함)의 원자로가 들어서기로 돼 있었다. 현재 중국 정부가 건설 계획을 보류하고 있을 뿐, 건설 자체가 아예 취소된 것은 아니다.

“들어오면 안 돼요. 어서 나가요!” 2월11일 오전 하이양시 펑청완미 해변에 다다르자 해삼 양식장에서 누군가 급히 달려나왔다. 칭다오시에서 자동차로 2시간(150km)가량 동쪽으로 떨어진 이곳은 해안선을 따라 하이양 핵발전소 1·2호기의 건설 현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지금은 잘 모르겠는데 나중에 이사를 해야 할지도 몰라요. 발전소가 아직 가동을 안 해서 모르겠는데, 물이 뜨거워지면 문제가 생기겠죠.” 양식장 직원 건너편으로 타워크레인이 늘어선 핵발전소 공사 현장에서 원자로 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현재 이곳에서는 원자로 2기 건설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애초 1250MW급 원자로 6기를 짓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건설 승인을 받은 것은 1·2호기뿐이다. 현재 1기는 2016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이양 핵발전소 터엔 원래 동씨와 릉씨 집성촌이 있었다. 2003년 중국공산당 중앙화동국(동부 정부) 직원들이 나와 발전소 부지에 있던 마을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켰다. “그때 조사를 나온 화동국 직원한테 두 가지를 물었어요. 나중에 이사를 가야 하느냐 했더니 ‘혹시 모르니 반 정도는 이사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발전소가 생기면 방사능의 영향을 받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매일 보는 텔레비전에서도 방사능이 나온다. (발전소가 들어서면) 그 정도다’라고 했고요.” 전직 어부인 장아무개씨는 “발전소 안에서 일하고 싶은데 나이가 너무 많아서 못한다”고 말했다. 당시 마을 사람들은 중국 정부가 이주민에게 3만위안(약 525만원)을 지급하고 근처에 새집을 지어주는 조건으로 이주했다. 발전소 건설로 농토를 잃은 경우에는 정부가 매해 970위안(약 17만원)을 준다.

 

4세대 원자로에 거는 중국의 기대와 불안

 

하이양 핵발전소에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을 도입한 AP-1000 원자로가 들어선다. 원자로는 설계 방식에 따라 세대를 구분한다. 현재 중국에서 건설 중인 원자로 가운데 하이양과 광둥성 타이산, 저장성 싼먼 핵발전소 등 6기만 3세대 원자로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대체로 중국에서 자체 기술로 개량한 2세대 원자로를 사용한다.

 

스다오항 지역은 중국 대륙에서 한반도와 가장 가깝다. 공사 현장과 경기도 평택항의 직선거리가 380km다. 신라시대 장보고가 세웠다는 절인 적산법화원이 올려다보이는 스다오항은 서해에서 한국 해경과 조업 마찰을 빚는 중국 어선들의 출항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룽청시 스다오항 근처에 들어서는 스다오완 핵발전소는 좀 다르다. 4세대 원자로(HTR-10)를 쓰기 때문이다. 4세대 원자로는 자갈을 깔듯 원자로 안에 흑연 보호막으로 싼 당구공 모양의 핵연료 덩어리 수십만 개를 넣어 가동하는 방식으로, 냉각수 대신 헬륨가스로 핵연료를 식힌다. ‘페블베드’(자갈을 깔아놓은 모양이라는 뜻) 방식이라고 부른다. 스다오완 핵발전소에는 모두 19개의 4세대 원자로(4천MW)와 3세대 원자로를 개량한 CAP1400 원자로 6기(8400MW)의 건설이 계획된 바 있다.

스다오항 지역은 중국 대륙에서 한반도와 가장 가깝다. 공사 현장과 경기도 평택항의 직선거리가 380km다. 항구에 머물고 있던 어선 수백 척은 바닷바람 탓에 거친 소리를 내며 오성홍기를 흔들고 있었다. 신라시대 장보고가 세웠다는 절인 적산법화원이 올려다보이는 스다오항은 서해에서 한국 해경과 조업 마찰을 빚는 중국 어선들의 출항지이기도 하다.

건설 현장은 스다오항에서 해안선을 따라 북동쪽으로 약 15km 떨어진 지점에 있다. 다음날 오전에 찾은 건설 현장 앞 언덕에는 ‘세계 최초의 고온원자로 핵발전소 시범사업’이라는 붉은 글씨의 홍보 문구가 내걸려 있었다. 이 발전소에 거는 중국 정부의 기대감이 읽힌다. 그동안 프랑스·캐나다·러시아 등의 기술을 들여와 발전소를 짓던 중국으로선 스다오완 핵발전소의 성패가 앞으로 4세대 원자로를 수출할 수 있을지 판가름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 말은 그만큼 스다오완 핵발전소가 운행에 많은 변수를 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날 찾은 핵발전소 건너편 룽청시의 쉬씨 집성촌에는 집집마다 정성껏 춘련(춘절을 맞아 문·기둥 등에 붙이는 붉은 종이)이 붙어 있었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난 지 오래인 이 마을에는 스다오 해안가에서 미역 양식장을 해오던 이들이 남아 있었다. “후쿠시마 사고 얘기는 들어봤고 발전소 옆에 사는 게 사실 좀 걱정이 됩니다. 반대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우리는 언제쯤 이사 가야 하는지도 아직 모르고….”(마을 주민 쉬아무개)

하이양 핵발전소 근처 동씨 마을 입구의 작은 가게에서 만난 주인 동아무개씨는 사진 두 장을 내밀었다. 그는 “내일모레(2월13일) 마을에서 ‘바다의 날’ 축제가 열린다”고 말했다. 산둥성에서 해안가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이 지역에서 매해 열어온 행사다. “사실 한국 사람에게 얘기하기 부끄럽지만, 발전소 건설을 시작하고 나서 경제가 나아지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릴 적부터 봐온 아름다운 풍경이 사라져 아쉬울 뿐이죠.” 동씨의 가게 앞길에 핵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나온 버스가 멈춰섰다. 일을 끝마친 작업복 차림의 핵발전소 건설노동자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지금 이 순간, 중국 대륙에서 벌어지는 ‘차이나 신드롬’은 과연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선전·하이양·룽청(중국)=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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