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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원전과 탈핵

엄마들도 연예인도 탈핵 탈핵

엄마들도 연예인도 탈핵 탈핵 [2014.03.31 제1004호]
[기획 연재] 동아시아 핵발전 현장을 가다 ③ 룽먼의 메시지 동아시아에서 핵발전소 사회적 논쟁 뜨거운 대만 현지 르포
가수·배우 등 주도한 ‘맘 러브스 타이완’ 활동 주목

 

 

 

» 대만그린피스 르네추(왼쪽)와 조이자오씨가 28일 오전 대만 타피페이 장개석기념관에서 방제복을 입고 원전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 파이페이/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대만 달력으로 2월28일은 ‘평화 기념의 날’이다. 1947년 이날, 중국 본토에서 내려온 국민당군이 대만섬에 살던 원주민 1천여 명을 학살한 이른바 ‘2·28 사건’을 기리는 날이다. 이날 저녁, 대만 타이베이 중심지인 장제스 중정기념당 앞 광장에는 평화 기념의 날 행사를 위한 무대가 화려하게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정작 인파로 가득 찬 곳은 무대 옆 대형 스크린 근처였다.

 

유명 감독과 작가 등 예술인 주축

 

“정부로부터 아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주민이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대형 스크린을 메웠다. 300여 명이 모인 거리의 사람들 표정은 진지했다. 후쿠시마 사고 뒤 어린이들의 암 투병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a2-b-c>(이안 토머스 애시 감독)의 한 장면이었다. 이곳에서는 1년 전부터 매주 금요일에 핵발전소를 주제로 한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지난해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2주기를 맞으면서 대만 각지에서 20만 명이 대규모 핵발전소 반대 행진을 벌인 뒤 줄곧 이어져온 행사다.

그동안 행사를 준비한 이들은 반핵 단체가 아닌 대만의 유명 영화감독과 작가 등 예술인이다. 이들은 음악회·영화 상영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핵발전소 정책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는 대만 정부가 펼치고 있는 핵발전소 건설 정책에 대해 매우 걱정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지난해에는 ‘사람이 우선이다’라는 뜻으로 예술인들이 사람 인(人) 자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총통부 건물 앞에서 했습니다. 예술가들이 잘할 수 있는 예술활동을 활용해 대중에게 알리는 거죠.” 광장에서 만난 대만의 대표적인 극작가 샤오예는 행사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만은 동아시아에서 핵발전소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가장 뜨거운 나라다. 섬의 절반 이상이 산악지대인 탓에 대만 국민 대부분은 섬 동쪽 지역에서 남북에 걸쳐 산다. 도시가 발달하면 발전소가 필요하다. 국민당 군사정부의 이른바 ‘백색공포’가 이뤄지던 1970~80년대 군사정부는 북부 2곳(4기), 남부 1곳(2기)에 핵발전소를 지었다. 그러나 1986년 소련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가 터졌고, 이듬해 대만은 군사정부 계엄령에서 벗어났다. 민주화의 물결이 시작되면서 핵발전소 가동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등장하게 됐다.

핵발전소가 본격적으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건, 정권을 다시 잡은 국민당 정부가 1992년 섬 북동쪽 신베이시 궁랴오군에 룽먼 4호기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다. 대학생들과 학자 등으로 구성된 대만환경보호연맹(TEPU)과 여성단체인 대만주부연맹(Alliance for Homemakers)이 중심이 돼 도시와 가깝게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건설 반대 운동을 펼쳐왔다.


대만 인구 4분의 1이 핵발전소 근처 살아

 

이처럼 핵발전소 반대 운동이 20년 넘게 이어져온 대만에서 3년 전에 터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일본과 같은 지진대에 놓인 대만섬에서 느끼는 공포는 훨씬 컸다. 충격은 반핵운동의 지형도 바꿔놓았다. 좀더 대중화된 형태로 변했다. 대만 안에서 감지되는 색다른 기류 가운데 대표적인 예는 ‘맘 러브스 타이완’(Mom Loves Taiwan)의 등장이다. 중국어로는 ‘핵발전소를 감독하는 어머니 연맹’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이 단체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뒤 생겨났다. 기존 시민사회단체가 아닌 여성 유명인사 250여 명이 모여 만든 이 단체는 인터넷(momlovestaiwan.tw)을 중심으로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공부하고 관련 정보를 나누며 대중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2014년 3월 현재 회원 수가 3만 명을 넘어섰다.

 

 

» 지난 2월28일 오후 ‘맘 러브스 타이완’ 회원인 주부 허정춘이 신이구의 한 시장에서 과일의 원산지를 확인하고 있다.

 

타이베이시 신이구에 사는 주부 허정춘(38)도 3년 전부터 ‘맘 러브스 타이완’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7살 아들과 5살 딸을 둔 보통 엄마다. “후쿠시마 사고 보름 뒤에 필리핀에서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뉴스를 봤어요. 그 소식을 듣고 놀라서 아이들에게 주려고 다른 엄마들과 함께 (방사능 해독에 도움을 주는 요오드 성분이 든) 김·다시마 등을 잔뜩 사뒀죠.” 2월28일 오후에 만난 그는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영향력에서) 안전하다고 얘기했지만 엄마 입장에서 보면 가족의 건강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안심이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사 출신이지만, 생소한 방사능 관련 정보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야 했다. ‘맘 러브스 타이완’에 가입한 계기도 방사능 관련 좌담회에 가서 우연히 알게 되면서다. ‘맘 러브스 타이완’ 회원이라고 하지만, 주요 활동은 인터넷 등을 통해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대만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한마디로 ‘스터디 모임’에 가깝다. “대만에 있는 핵발전소 근방 30km에 사는 사람이 600만 명입니다. 대만 인구(2300만 명) 가운데 4분의 1에 해당하죠.” “대만은 섬나라니까 태양광이나 해안가에서 풍력을 하면 좋겠어요. 핵발전을 줄이려면 에너지 절약도 필요하죠. 그래서 아이들한테도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틀라고 교육합니다. 후쿠시마 사고처럼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통해 교훈을 얻어야죠.” “한국은 핵발전 비중이 36%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더 핵발전소에 의존하죠. 한국보다 전기가 부족하지 않은 대만에서는 왜 정부가 자꾸 핵발전소를 지으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가 3년 동안 쌓은 핵발전소 관련 지식을 풀어놓았다.

 

반핵 깃발을 내건 식당까지 등장

 

‘맘 러브스 타이완’이 대만 안에서 큰 주목을 받은 건, 대중가수·영화배우·작가·학자·언론인 등 유명인이 처음부터 단체 조직과 활동에 나섰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쉽게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유명 가수와 배우 등이 참여해 핵발전소의 문제점을 알리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함께 부르고, 모금을 통해 인터넷과 텔레비전에 핵발전소 관련 정보를 알리는 광고를 만들기도 했다. “우리는 반핵 단체가 아니라 감독 단체입니다. 시민들에게 핵발전소에 대한 정보를 주고, 알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변화의 영향을 끼치는 걸 목표로 하는 단체고요.” ‘맘 러브스 타이완’의 공동 운영위원 첸아이링 푸본문화재단 이사장이 말했다. 타이베이 번화가인 쑹산구에 있는 그의 재단 사무실은 ‘맘 러브스 타이완’의 사무실로도 쓰이고 있다. 25년 전 <대만텔레비전>(TTV)의 유명한 뉴스 앵커였던 그는 대만 2위의 금융그룹 ‘푸본파이낸셜홀딩스’ 다니엘 차이 회장의 부인으로도 알려진 인물이다.

“예전에는 핵발전소 문제를 잘 몰랐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에도 그저 ‘다른 나라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으니까요.” 첸 이사장이 이 활동을 시작한 건, 2011년 연말 모임에서 후쿠시마 사고를 취재했던 대만 기자를 만나면서부터다. “사고가 난 일본의 상황이 대만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대만도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죠. 특히 핵발전소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순간은 수명이 거의 다된 핵발전소와 준공을 막 끝낸 핵발전소가 있을 때라고 하더군요. 생각해보니 대만이 바로 그 상황이었습니다.”

그처럼 위험을 공감한 텔레비전 방송 진행자, 영화배우, 가수 등이 한데 모여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를 열었다. “핵발전소에 관한 정보를 배우고 정부에 요구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저도 아이 넷의 엄마입니다. 먼저 아이들이 걱정돼요. 뭐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한데 우리는 알고 있는 게 너무 없었죠. 정부에 세 가지를 요구했습니다. 위험한 핵발전소는 절대 운전해서는 안 된다. 핵발전소 관련 정보를 숨기지 말고 일반인에게 공개하라. 그리고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연구하라.”

지난 3년 동안 대만에서는 반핵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반핵 깃발을 내건 식당까지 등장했다. “탈핵운동을 모르는 젊은 사람은 반핵 깃발을 마치 유행처럼 받아들이기도 했을 정도니까요.”(허정춘) 그러나 아무리 반핵 정서가 대중적으로 퍼졌다 해도 여전히 핵발전소 논쟁의 해결은 정치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이들의 목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대만의 환경단체인 녹색공민행동(GCAA)의 아이야수 연구원은 “대만 영화관에서는 ‘핵발전소가 필요하다’는 정부 광고가 나온다. 반핵운동에 귀기울이기보다는 광고대행사를 통해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설명하려고 애쓴다. 심지어 한국의 핵발전소 확대 사례를 언급하면서 우리도 따라가야 하며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핵발전소 주변에서 그치던 반대의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민당 정부가 여론전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고 발생하면 아무도 피할 수 없어”

 

“정부에 대항하겠다는 게 아니에요. 저희가 정부를 격려하겠다는 겁니다. 우리는 같은 배를 탔어요. 대만이라는 공간 안에서 위험을 막을 제일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내가 이기거나 당신이 이기는 문제가 아니라, 같이 이겨야 하는 겁니다.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하면 아무도 피할 수 없을 테니까요.”(첸아이링)

 

타이베이(대만)=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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