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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원전과 탈핵

22년간 반복된 탈핵의 꿈

22년간 반복된 탈핵의 꿈 [2014.03.31 제1004호]
[기획 연재] 동아시아 핵발전 현장을 가다 ③ 룽먼의 메시지 정부와 주민 갈등으로 22년째 건설과 중단 반복되는 대만 룽먼 4호기 핵발전소 건설 현장 르포… “한국이 영향 끼칠 것”

 

 

» 대만 신베이시 궁랴오구 푸룽 해변 앞에서 바라본 룽먼 4호기 핵발전소의 모습. 1992년부터 공사에 들어간 이곳은 현재 공정률이 90%를 넘긴 상태다.
“예전에는 여기 내려가 밤마다 장어를 잡곤 했는데…. 핵발전소 앞에 방파제가 생기고 나서는 해변 모래가 쓸려 내려갔어요.”

2월27일 오후, 대만 신베이시 궁랴오구 푸룽 해변 앞에 선 우웬창(58)은 해안선 끝을 가리켰다. 파도 너머 희뿌옇게 솟은 굴뚝과 상자를 닮은 건물 두 채가 눈에 들어왔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지우펀을 거쳐 북동쪽으로 1시간 떨어진 이곳 궁랴오에는 룽먼 4호기 핵발전소가 동중국해와 마주 보고 있었다.

 

취재진에게 핵발전소 내부 공개

 

1992년 첫 삽을 뜬 룽먼 4호기 핵발전소에는 개량형비등형경수로(ABWR) 2기가 들어선다. 핵분열 과정에서 나온 열로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리는 원리로, 국내에 있는 핵발전소와 달리 굴뚝에서 수증기가 나온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일본 히타치가 만든 이 원자로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에도 사용했던 비등형경수로(BWR)에 안전 설계를 보탠 모델이다. 터빈은 일본의 미쓰비시에서 만든다. 그러나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대만전력공사(TPC)는 이 핵발전소에 좀더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1970~80년대 해외 기술로 건설했던 핵발전소 3곳과 달리, 룽먼에서는 대만 자체 기술로 발전소를 조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곳 주민 상당수는 우려 섞인 표정으로 발전소 건설을 바라보고 있다. 위험한 입지 조건과 사고 가능성, 그리고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잦은 사고 때문이다. 애초에 중화민국 연호인 민국100년(2012년) 완공 계획이던 4호기 핵발전소는 그동안 사업 중단 등을 겪으며 계획을 훌쩍 넘긴 채, 여전히 공사 중이다.

이날 대만전력공사는 <한겨레21>에 원자로가 있는 통제구역을 제외한 핵발전소 내부를 공개했다. 공정률 90%를 넘긴 상태였지만 핵발전소 안 곳곳에서는 작업용 자재가 가득 쌓여 있었다. 건설사무소에서 차를 타고 500m 가까이 들어가니 원자로 건물 외벽이 나타났다. 외벽과 이어지는 변전 시설을 손보는 이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각종 자재를 실어나를 트럭이 간간이 지나갔다. 이 핵발전소는 아직 핵연료를 주입하지 않았지만, 가동 전에 각종 시험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왕보허 대만전력공사 룽먼핵발전소 총괄건설부장은 “이번주에 진행해야 할 각종 테스트가 빡빡하다”고 말했다. 옌랴오 마을에 들어선 4호기 핵발전소는 해안가에 바닷물을 끌어올리는 담수시설이 마주 보고 있으며, 원자로 시설은 그 뒤에 물러나 있는 구조다. 발전소를 내려다보는 산등성이에는 송전시설과 함께 냉각용 물탱크가 있었다.

“이곳 주변 35km 안에는 활성단층이 존재하지 않으며, 그중에서도 발전소 부지가 가장 안전한 지역이다.” 건설 사무소에서 만난 대만전력공사 관계자들은 발전소의 입지가 안전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진과 쓰나미 등의 사고로 핵발전소가 멈추는 것에 대비해 냉각수 공급 시설을 만들었으며, 과거 쓰나미 통계를 바탕으로 해안가에서 좀더 내륙으로 들어와 발전소를 짓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근에서는 낮은 수준의 쓰나미만 발생했다. 과거 문서를 기준으로 보면 쓰나미가 최고 7.5m 일어나는데, 그보다 더 높은 12m까지 견디는 설계를 했다.”(랴오샤홍 롱먼건설소장) 4호기 핵발전소는 2기의 원자로 가운데 1기만 우선 시험가동을 진행하고 있다.


“공사비로 10조원 쓴 대국민 사기극”

 

그러나 대만전력공사의 설명과 달리, 마을 주민들은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강한 의문을 품고 있었다. 궁랴오구 주민들은 1994년 핵발전소 건설의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에서 투표자의 96.6%가 ‘건설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했던 주민들은 ‘옌랴오 반핵 자주회’를 꾸려 정부에 반대 의사를 내비쳤으며, 현재는 ‘대만환경보호연맹(TEPU) 궁랴오 지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부 회장을 맡고 있는 궁랴오 마을 토박이인 우웬창은 “핵발전소가 가진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핵발전소 굴뚝에서 방사성물질이 빠져나오면 주변 하천이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발전소에서 9km 떨어진 곳에는 타이베이시에서 식수원으로 끌어다 쓰는 댐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핵발전소 사고시 피해 거리를 예측해 미리 대피소나 방호물품 등을 준비하는 기준이 되는 ‘방사선 비상계획구역’(피난구역) 범위가 적다는 점이다. 대만에서는 현재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은 핵발전소 반경 8km로 정해져 있다. 4호기 핵발전소와 타이베이 도심까지는 40km 거리다. 그는 마을 주민들을 대표해 지난해 4월22일 마잉주 대만 총통을 만났다. 대만 뉴스도 그 만남을 중계했다. “비상계획구역을 30km로 확대해달라는 마을 주민들의 항의 서한을 건네려고 총통을 만났다. 그런데 그 뒤 별다른 답을 듣지 못했다.” 그는 “공사비로 3천억대만달러(약 10조5천억원) 가까이 쓴 4호기 핵발전소 건설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 룽먼 4호기 핵발전소의 원자로 건물 옆에서 작업자들이 시설 점검을 벌이고 있다(위). 대만환경보호연맹 궁랴오지부 회장을 맡고 있는 우웬창이 예전 바닷가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4호기 핵발전소 가동을 둘러싼 진실게임은 ‘전력예비율’(추가 전력 공급 여력의 수위)을 둘러싼 문제에서도 충돌한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4호기 핵발전소 없이도 전력난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대만환경보호연맹 공동대표인 신민신 전 대만국립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현재 대만에서는 전력 생산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여름과 같이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전력예비율이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기준으로 전체 전력 가운데 사용되지 않은 전력은 22.7%였다. 같은 해 핵발전소 3곳에서 생산한 전력은 10.6% 수준이었다. 핵발전소 3곳을 닫아도 충분하다는 이유다.” 그는 전체 전력 생산량의 5.6%를 차지하게 될 4호기 핵발전소를 짓는 대신 다른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력예비율 때문에 건설 불가피”

 

그러나 핵발전소 가동을 추진하려는 대만전력공사 쪽 전망은 다르다. 양예신 대만전력공사 핵발전처장은 “예비율이 20% 수준인 것은 맞지만,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감안해 전력예비율을 15%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만전력공사의 내부 보고서도 이같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새로 지은 화력발전소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경험을 참작해, 우리나라 전력의 예비율을 15%로 계획하며, 이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에서 전기를 끌어올 수 없는) 독립 전력망을 가진 한국과 같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과거 경험 통계를 보면, 전력예비율이 10%보다 낮아지면 전력 부족 위험이 생길 수 있다. 1990~96년 예비율이 7% 이하였는데 ‘전력 총량 제한공급’ 횟수가 43차례에 이르렀고, 1994년에는 16차례여서 산업과 민생에 모두 상당히 큰 충격을 줬다.”

진실게임이 첨예해질수록 멍드는 건 마을 공동체다. 핵발전소 건설을 시작하던 1994년에는 핵발전소 근처에서 마을 주민들이 격렬하게 항의하던 과정에서 지역 경찰이 목숨을 잃는 사고도 있었다(이른바 ‘10·3 사건’). 마을 주민 일부는 범법자가 됐다. 그 뒤로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 핵발전소 반대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만전력공사에서는 공사 초기 주변 마을에 매달 200kW의 전기를 무료로 공급했다. 이른바 주민 지원책이었다. 그 뒤 150kW로 줄어든 무료 전기 공급은 지난해부터는 끊긴 상태다.

“개미가 고래와 싸우는 거 같아요. 그래도 점점 개미가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죠. 요즘에는 정보도 발달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니 말이죠.” 궁랴오구 푸룽역 앞에서 여름 피서객을 상대로 물놀이용품 가게를 운영하는 양구이잉(70)이 말했다. 그가 핵발전소 건설 반대 운동에 뛰어들었던 건, 정부가 주민들 몰래 건설을 추진했다는 점 때문이다. “마을에 와서 주민들에게 공사에 대해 객관적으로 설명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공사를 은밀하게 진행했다. 결국 남은 건, 정치적 문제뿐이다. 이 정부는 자비도 없고 양심도 없다.” 평범한 주민이던 그는 지금도 대만전력공사를 상대로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마침 그와 대화를 나누던 중, 대만전력공사 직원이 가게 앞에 큰 서류 상자 3개를 놓고 갔다. “내가 몇 달 전에 대만전력공사에 요구한 시험가동 결과 자료다. 계속 들여다봐야 맞설 수 있으니까.”

 

대만 핵발전 정책이 서 있는 현주소

 

22년째 건설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는 룽먼 4호기 핵발전소는 현재 대만의 핵발전 정책이 서 있는 현주소이기도 하다. 적어도 10년 안에 폐로 절차를 밟게 될 1·2·3호기 핵발전소를 끝으로 탈핵 국가로 갈 것인지, 아니면 4호기를 다시 끌어안은 채 40년을 더 지낼 것인지 말이다. 양구이잉이 말했다. “한국도 핵발전을 계속하면 대만에 영향을 미치겠죠? 어떤지 모르지만 제발 안 했으면 좋겠어요. 핵발전소가 위험한 것은 전세계적으로 같고, 그것은 회복할 수 없는 위험이니까요.”

 

신베이(대만)=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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