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로에너지건축NEWS

따뜻한 겨울 서늘한 여름, 패시브하우스 뜬다

따뜻한 겨울 서늘한 여름, 패시브하우스 뜬다  

 

혹한이라도 햇살 들면 금방 25도 ‘훈훈한 동굴’
‘바람 도둑’ 꽁꽁…탱크 포격 훈련소리도 ‘잠잠’

  

 
 

 

 


 

“올 겨울 혹독하게 추웠지만 집 안에서 추웠던 기억이 없어요. 더웠던 적은 있지만요.”
1월에 기온이 영하 25도까지 내려간 적도 있다는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둔방내리에 지은 단독주택에서 지난 11월 부터 살고 있는 김성희(38)씨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 집의 주 난방연료는 햇빛, 보조연료는 액화석유가스(LPG)이다.

 
김씨는 유독 추위를 타기도 하지만 15개월 된 둘째 아들 때문에 실내온도를 23~24도로 유지했다. 가스보일러는 밤에 2시간쯤 가동해 연료비로 지난달에 20만원쯤 들었다. 전에 살던 수원의 아파트 난방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새집 증후군을 막기 위해 매일 창문을 모두 열어 환기를 하고, 도시가스보다 훨씬 비싼 액화석유가스를 쓸 수밖에 없는 건평 174㎡(약 53평)의 전원주택 치고는 매우 적게 든 편이다. 남향으로 널찍하게 열린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오면 실내온도는 곧 25도를 넘어선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한 단독주택은 지난달 난방용 도시가스비와 온수용 심야전기료로 40여만원을 지출했다. 주택 크기에 비해 난방비를 덜 쓰는 집인데도 그렇다.
 
 
보조 난방은 잠깐씩…환기 때도 공기 열 80~90% 회수
 
김씨가 살고 있는 집은 초저에너지 주택으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는 패시브하우스다. 패시브하우스란 1988년 독일의 볼프강 파이스트와 스웨덴의 보 아담손이 제안한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한 주택이다. 이름 그대로 적극적인 냉난방 설비 없이도 햇빛을 최대한 받고 열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설계만으로 여름과 겨울에 쾌적한 실내환경을 이룩하는 건물을 가리킨다.

 
자리끼까지 얼어붙는 전통 한옥과 정반대 편에 서 있는, 외기와 완벽히 차단된 주택이 바로 패시브하우스다. 남향으로 집터를 잡은 뒤 남쪽 창을 가능한 크게 해 햇빛을 최대한 받아들인 뒤 단열재로 집 본체를 단단히 둘러싸고 기밀시공으로 바람이 새어들어올 바늘 틈도 없앤다. 바닥과 벽, 천장은 두툼한 콘크리트나 벽돌을 쌓아 한 번 받은 열을 오래 간직하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마치 동굴 안처럼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집이 된다.

 
패시스하우스는 콤팩트 카 같이 꼭 필요한 기능만 남기고 단순화해 고효율을 달성한 집이다. 하지만 다른 집에 없는 시설도 있다. 꽁꽁 틀어막은 집 안의 오염된 공기 전체를 적어도 3시간에 한번은 바깥의 신선한 공기로 교체하는 기계적 환기시설이 꼭 들어간다. 이때 방 안 공기에 든 열의 80~90%를 회수하는 것이 환기시설의 핵심 기능이다. 기후변화와 고유가 시대를 맞아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대철씨가 강원도 홍천군 내면 살둔마을에 손수 지은 패시브하우스가 2009년 1월 <한겨레>에 소개(

http://ecotopia.hani.co.kr/board/view.html?uid=43&cline=21&board_id=ep_report1&cline=20 )된 뒤 이 오지마을을 6000여 명이 견학차 방문한 것은 그런 열기를 반영한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파시브하우스 디자인 연구소가 연 제1회 패시브하우스 학술대회에서도 참가비가 10만 원이었지만 건축 관계자와 일반인 등 60여 명이 자리를 빼곡히 채웠다.  


 
거실 전면 3중 유리창 통해 햇살이 온종일 ‘난방’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신복리에 패시브하우스를 지어 이달 초 입주한 양현수(51)씨는 산업디자이너로서 지속가능한 건축을 추구하면서 패시브하우스에 빠진 예이다. 그는 패시스하우스를 짓기 위해 여러 차례 독일을 방문해 패시브하우스를 견학하고 관련 학술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지난 9일 양평의 패시브하우스를 찾았다. 거실 전면을 차지하는 3중 유리창을 통해 햇살이 환하게 쏟아져 들어왔다. 양씨는 “아무리 추워도 아침 1시간, 저녁 2시간 난방으로 400㎡ 면적의 작업실 겸 주거시설의 온도를 22도로 유지해 패시브하우스의 위력을 벌써 실감한다”고 말했다.

 
벽체를 두드려 보니 일반주택의 둔탁한 느낌 대신 “통통…”하고 울리는 소리가 났다. 중부지방의 단열기준이 10㎝인데 이곳엔 약 40㎝ 두께의 단열재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유리창은 열이 빠져나가는 주 통로이기도 하다. 3중 유리의 중간을 아르곤 가스 등으로 채워 단열성능을 높이면서도 빛 투과율이 높은 창을 썼다. 현관문도 나무 사이에 압축스티로폼이 들어가 있고 고무팩이 2중으로 빈틈을 막고 있다.

 
거실에서 탁 트인 전경을 바라보다 정상부가 헐벗은 산이 눈에 띄었다. 탱크 포격 연습장이었다. 양씨는 “방안에선 포격 훈련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밖에서 부르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패시브하우스의 기밀성은 놀라웠다. 물론 소음만 차단하는 건 아니다. 산 새의 울음소리도, 낙숫물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또 양평과 횡성의 두 패시브하우스 모두 실내에서는, 동굴 안에서처럼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완벽한 차단성에도 환기 장치 때문에 실내에서는 답답하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img_01.jpg
 
img_08.jpg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 적잖아
 

패시브하우스 학술대회에서 화상강의를 한 패시브하우스의 창시자 볼프강 파이스트도 “초창기 패시브하우스의 폐쇄성에 대한 우려가 유럽에서도 높았지만 실제로 건축이 완성된 뒤 곧 사그러들었다”고 말했다.

 
이성근 유럽패시브하우스협회 공인 디자이너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단열이 제대로 안 된 일반 건축에서 바깥이 영하 7도라면 실내 온도가 20도라도 창문은 10~14도, 벽체는 14~16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실내에서도 춥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하지만 패시브하우스에선 창문은 16.5도 이상, 벽체는 18~19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창가에 다가서도 찬 기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마다 내부 온도가 균일하고 잠깐 창을 열어놓아도 온도 변화가 적은 것도 특징이다.

 
패시브하우스가 에너지절약과 쾌적성에서 뛰어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이필렬 파시브하우스 디자인연구소 소장(한국방송대학 교수)은 “겨울은 매우 춥고 여름은 무더운 우리나라 기후에 맞는 건축방식, 국산 자재 조달, 시민 의식, 정부의 관심과 지원, 건축비 인하가 과제”라고 꼽았다. 혹한이 드문 유럽에서 패시브하우스의 추가난방은 거의 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선 흐린 날이나 아주 추운 날 보조 난방이 불가피하다. 또 무더운 여름에는 습기를 제거해 줘야만 한다.
 

 
 
한라비발디 노인정 첫 국제인증…에너지 효율 10배 넘어

 

패시브하우스의 조건은 까다롭다. 연간 난방에너지가 건물 ㎡당 15㎾h를 넘어서는 안 되고, 냉·난방, 온수, 전기기기 등 1차에너지 소비량이 연간 ㎡당 120㎾h 미만이어야 한다. 또 문을 닫은 집에서 공기가 새어나가는 양이 50파스칼 압력에서 실내공기 부피의 60% 미만일 정도로 기밀성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11월  인천 청라지구 한라비발디단지 안 노인정이 처음으로 독일 패시브하우스 연구소로부터 패시브하우스 인증을 받았다. 이 노인정 외에 국내에서 지어진 7채의 패시브하우스는 현재 인증을 추진 중이거나 인증 기준에는 미치지 못해 엄격한 의미의 패시브하우스는 아니다. 충북 제천시 도화리에 패시브하우스를 지은 이태구 세명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시공이 가장 어려운 과제”라며 “기밀성 시공의 잘못으로 인증기준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기존 건축보다 10배 이상의 에너지 효율을 이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시공업체는 패시브하우스의 엄밀한 기밀성과 열손실 차단 공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관례대로 공사를 해 종종 설계자와 마찰을 빚곤 한다. 아예 시공자를 외국에서 초빙해 공사를 하거나 국내 기술자에게 현장 시범을 보이기도 한다. 기밀과 단열 성능을 갖춘 창호 등 국산부품이 태부족인 것도 문제다. 대부분의 패시브하우스는 부품을 독일 등 외국에서 수입해 지었고, 이는 건축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자재 대부분 수입 의존, 건축비 일반주택보다 30% 더 들어
 

유럽에서 패시브하우스 건축비는 일반 주택에 견줘 5~8% 더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약 30% 정도 더 든다고 건축가들은 말한다. 실제로는 건축가들이 이익을 남기지 않고 시범사업 형태로 추진하고 있어 패시브하우스 건축비는 일반 주택 건축비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드는 정도다. 횡성과 제천의 패시브하우스는 3.3㎡당 500만원 이하, 양평은 600만~700만원, 선이건설㈜이 서울 능동에 지은 건물은 400만원의 건축비가 들었다.

 
장우혁 선이건설㈜ 대표이사는 “현재의 에너지 가격에서 연료비 절감만으로 단기간에 패시브하우스의 추가 건축비를 회수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그러나 고 에너지 가격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합리적 투자”라고 말했다. 횡성의 패시브하우스를 설계한 조윤범 휴다임 기술연구소장은 “앞으론 개발 가능성이나 위치가 아니라 집의 성능이 집 가치를 정하는 시대가 온다”며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패시브하우스의 친환경성과 쾌적성이  제값을 하는 시기가 곧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평·횡성/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한국제로에너지건축협회,kzba,페시브하우스,파시브하우스,패시브하우스,제로에너지하우스,저에너지하우스,독일패시브하우스,저탄소녹색건축기술포럼,에너지제로하우스,탄소제로,지구온난화,기후변화,삼진에너홈,패시브하우스 시공,패시브하우스 설계,패시브하우스 가격,패시브하우스 단열 기준,패시브하우스 정의,기밀시공,브로도어테스트,패시브하우스건축,패시브하우스 면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