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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원전과 탈핵

일본 원전 핵사고

일본 원전 핵사고

 

한국에서 원자력은 생명줄이다. 수출로 외화를 벌어다주고, 우리사회의 혈액과도 같은 전기를 공급해주는 아주 소중한 것이다. 한국은 원자력에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했다. 수출을 위해서 국가수반이 직접 나서고, 정부가 포상금을 내걸고 부추긴 탓이 크지만 원자력발전소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아니 핵폐기물까지도 자기 고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경쟁한다. 한국에서 원전은 쉬지않고 개발하고 건설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이제 2030년이 되면 우리가 쓰는 전기의 60%가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다. 

에너지소비가 급증하고, 석유 가격이 몇 년 안에 수배로 오른 상황에서, 그리고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억제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 앞에서 다른 선택이 없었을지 모른다. 게다가 외화까지 가져다주지 않는가 말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원자력 사고는 멀고 먼 곳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었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사고, 1986년의 체르노빌 사고는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것이었다. 가까운 일본의 원전은 항상 안전한 것으로 여겨졌고, 한국의 원전도 가끔 고장은 났지만 안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체르노빌 사고 때도 한국정부는 우리 원전에서는 그런 후진적인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제 그토록 믿었던 일본에서 원자력 사고가 일어났다. 후쿠시마에서 가동중이던 3기의 발전소에서 모두 최악의 사고로 일컬어지는 멜트다운(노심용융)이 일어났고, 이미 한기에서는 폭발로 원자로건물 지붕이 날아갔다. 플루토늄이 들어있는 3호기에서도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주변은 방사능으로 오염되었고 인근 주민 수십만명은 피난을 갔다. 멜트다운은 아직 진행 중이다. 발전소 운영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다. 핵연료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힐 수 있는 냉각 시스템이 모두 고장난 상황에서 뽀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열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핵연료가 들어있는 용기속의 압력은 열로 인해서 발생한 가스 때문에 위험 수준 이상으로 올라간다. 압력을 줄이기 위해 밸브를 열어 가스를 뽑아내면 이제는 원자로 격납건물의 압력이 상승한다. 그러면 압력이나 멜트다운 중에 발생한 수소로 인해 폭발 위험이 증가한다. 그렇게 만들지 않으려면 방사성 가스를 밖으로 지속적으로 뽑아내야 한다. 어떻든 방사능 오염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냉각수가 순환하지 않는 한 핵연료의 방사능 붕괴로 인한 열은 계속 발생하고, 멜트다운이 지속되고, 자칫 잘못되면 폭발과 함께 방사능 재앙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멜트다운으로 인한 대 재앙을 막기 위한 최후의 방편으로 바닷물을 원자로에 퍼붓고 있다. 외부에서 대형 양수기를 가져다가 바닷물을 쏟아붓는 일이 성공하면 핵연료를 식힐 수 있고, 운이 따라주면 완전한 멜트다운과 이에 따른 대재앙도 요행히 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도 방사능이 퍼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가스는 계속 뽑아주어야 하고, 냉각수로 쓰인 바닷물이 흘러넘치면 인근의 토양과 바다가 오염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제 원자력 강국이 되었다. 원자력 강국 또는 원자력 강대국이 되려는 국가에서는 거의 한번씩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미국, 소련, 일본 순으로. 일본은 사실 그동안 너무 자만에 빠져 있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경험했고, 대규모 지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데도 자기네는 다르다는 자만에 빠져 기술력만 믿고 수십기의 원전을 건설하여 가동했다. 재처리 시설도 건설하여 플루토늄까지 뽑아내서 후쿠시마 3호기 핵연료로 사용했다. 그리고 그동안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원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일본 원전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신화를 앞세우고 계속 원자력에 매달렸다. 그 자만이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어쩌면 일본 국민들은 너무 체념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진이나 해일 같은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에 대해 체념하듯이 원자력의 위험에 대해서도 체념했을지 모른다. 지금 지진 앞에서 질서정연한 것도 그런 체념의 결과는 아닐까? 차라리 큰 소동을 벌이며 울부짖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일본의 미래를 위해서도 나을 것 같다.

한국도 자만이든 체념이든 일본을 따라가는 것 같다. 7, 8년 전까지도 우리는 원전에 대해 꽤 비관적이었다. 사고나 핵폐기물에 대해서도 그런대로 민감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거의 사라졌다. 우리도 재처리를 해서 플루토늄 좀 사용하자는 주장도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원자력 가지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식이다. 한국도 원자력 쯤이야 우리도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다는 자만에 빠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일본도 결국은 핵사고를 당했다. 지진 때문에 당한 것만은 아니다. 언젠가 닥칠 일이 온 것이다. 한국도 지금과 같이 뭐든지 가능하다는 자만에 빠져서 또는 체념 상태에서 원자력에 매달리면 언젠가 일본과 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 우리 원전은 다르고 안전하다는 말은 이제 그만 좀 하자. 그리고 일본을 보고 교훈을 얻자.

 

그나저나 일본 가마쿠라시의 예쁜 파시브하우스는 지진으로 손상을 입지는 않았는지 걱정이다. 물론 내진 설계를 했지만 너무 강한 지진이 닥쳤다. 그래도 그 집은 지금쯤 난방을 안해도 되니 난방연료를 구하기 어렵더라도 추위에 떨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2011년 3월 14일 월요일

 

4호기 폭발

일본 후쿠시마-1 원전 4호기에서도 14일 밤 폭발이 일어났다. 네번째 폭발이다. 4호기는 지진이 났을 때 점검을 위해 (또는 핵연료봉 쿄체를 위해) 가동이 완전히 정지된 상태였다. 그런데도 폭발이 일어나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는 격납용기에 지름 8미터 정도의 구멍이 두개나 뚫렸고, 이곳을 통해서 방사능이 밖으로 퍼지고 있다. 폭발을 일으킨 것은 격납용기 속의 수소였다. 원자로가 완전한 정지 상태였는데도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는 원자력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또 한번 확인해주는 사고이다. 4호기의 원자로 속에는 새로운 핵연료는 들어 있지 않았다. 다 타버린 연료만 한쪽에 있는 수조 속에 저장되어 있었을 뿐이다. 수조 속의 소위 사용후 핵연료는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키지 못한다. 그 속에는 타다 남은 찌꺼기 우라늄과 핵분열 시 생성된 플루토늄이 약간 들어 있을 뿐이다. 화석연료인 석탄과 비교하자면 대부분 타버리고 약간의 석탄찌꺼기만 남은 석탄재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점은 석탄재는 금방 식어버리고, 열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지만, 사용후 핵연료에서는 타고나서도 오랫동안 열이 발생하고 뜨거운 상태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원인은 원자로 속에서 핵연료가 핵분열 연쇄반응을 할 때 생겨나는 부산물인 방사성 물질 때문이다. 이들 방사능을 품은 다양한 물질은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방사성 붕괴를 거쳐 안정한 물질로 변화해간다. 이때 다량의 열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용후 핵연료는 원자로 속에 마련된 거대 수조 속에서 열이 식을 때까지 오랫동안 냉각되어야 한다. 만일 냉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사용후 연료봉이 과열되고 뜨거워진 연료봉은 물을 분해해서 수소와 산소를 발생시킨다. 후쿠시마-1단지 4호기에서는 이 수소가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그렇다면 원자력발전소는 원천적으로 안전하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도처에 위험이 깔려 있고, 이 위험은 아무리 열심히 제어한다고 하더라도 언제 어떤 계기로 터져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출되는 방사능이 한국에 와서 한국인의 건강을 손상할 가능성에 대해 과장할 필요는 없다. 아마 한국인이 입을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서 돌아가는 원자력발전소의 원천적인 위험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무책임한 것이다. 아랍연합에 수출한 원전이 아주 안전하다고 강변하는 것도 대단히 무책임한 태도이다. 원전은 근원적으로 위험하다. 지금 한국에서 돌아가는 21기의 원전에 대해 우리는 이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들 원전을 계속 가동하고 앞으로 새 원전도 많이 지으려고 계획하는 한국 정부와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위험하지만 우리에게는 이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먼저 확실하게 공표해야 한다. 그리하여 대다수 국민이 이들의 말에 동의한다면 원전을 계속하고 더 짓는 것이다. 그 결과 사고가 나면 정부나 한수원에게만 책임이 돌아가지 않고 대다수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렇지 않고 한국의 원전은 안전하니까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일본의 동경전력과 일본정부가 지난 수십년간 보여준 것과 하나도 차이가 없다. 정부와 원자력 추진자들은 솔직해야 한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핵사고가 나면 한국 국민 다수가 감수하겠다고 했으니 어쩔수없다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외국인에게도 피해를 입힐 수 있고, 다음 세대에게도 큰 피해를 입힌다.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입히는데 어찌 우리가 감당하기로 했으니 괜찮다고 할 수 있겠는가?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이 어서 추스리고 다시 일어서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일본의 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매서운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우리의 원자력 정책에도 똑같이 해당된다. 

 

<파시브하우스와 원자력발전>

지금 이 시점에서 왜 파시브하우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원자력 사고의 근원적인 예방책은 수많은 안전장치의 설치가 아니라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시브하우스는 에너지를 대단히 적게 소비하는 건축 컨셉이기 때문이다. 

일본인은 에너지를 한국인보다 훨씬 적게 쓴다. 그러나 전기는 거의 같은 정도로 소비한다. 전체 에너지 소비는 적은데 전기소비는 비슷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일본인이 난방을 대부분 전기로 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 일본의 주택이나 사무실 건물에는 제대로 된 난방시설을 한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라디에이터나 온돌을 설치한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난방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던 일본식 집의 전통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겨울에는 추위를 견딜 만하지 않기 때문에 60년대 이후 현대 일본인은 어떤 식으로든 집을 데우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들이 손쉽게 택할 수 있는 난방수단은 전기난방이다. 전기난방 장치는 쉽게 설치할 수 있고, 쉽게 관리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매우 편리한 난방장치이다. 

전기로 난방을 하면 전기 소비가 늘어난다. 특히 겨울철에 상시적으로 일정량의 수요가 늘어난다. 계속해서 존재하는 이러한 일정량의 전기수요는 원전으로 공급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원전은 24시간 내내 돌아가면서 일정한 양의 전기를 계속 생산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전기난방 수요가 전체 전기수요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이중에서 절반이 전기난방을 통해서 조달된다면, 이를 위해 원전 10기가 필요하다. 후쿠시마 1단지와 2단지 원전 전체가 필요한 것이다. 거꾸로 일본의 건물들이 전기 난방을 하지 않으면 후쿠시마의 원전은 모두 폐쇄해도 된다. 

결국 일본에서 파시브하우스가 널리 보급되어서 난방용 전기수요가 크게 줄어들면 일본의 원전은 상당수가 필요없게 되는 셈이고, 이는 원전 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크게 줄여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파시브하우스는 쾌적하고 에너지비용도 이주 적게 드는 등 거주자에게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 주지만, 또한 사회전체적으로는 원전사고의 가능성도 감소시킬 수 있는 훌륭한 건축컨셉인 것이다. 

 

이글은 파시브하우스연구소 이필렬 소장님의 홈피에서 퍼 온 글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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