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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콘서트

"DDP의 정체성 논란? 건축가는 책임 없다"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설계한 자하 하디드

 

 

↑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를 설계한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14일

DDP 내 VIP룸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서울이라는 도시 특성은

빠른 발전으로 정체성 잃어 숨 쉴 공간 필요하다고 생각

도시의 정체성 만들려면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숙제… 새 건물이 구축하는 데 도움

구설수에 오르는 이유는

건축 후 문제는 상관 안해… 정치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

지난해 중국 베이징의 쇼핑몰 '갤럭시 소호'를 둘러싸고 작은 논란이 있었다.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가 이 건물을 루베트킨상 후보로 선정하자 지역 주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베이징의 시민단체는 RIBA에 "갤럭시 소호는 베이징의 오래된 거리와 고유의 건축양식을 완전히 무시한 건물"이라는 내용의 항의문을 전달했다. 갤럭시 소호를 설계한 이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 중 한 명인 자하 하디드다.

그는 논란의 건축가다. 직선과 대칭, 비례 등 기존 건축 개념을 과감하게 무시한 그의 건물은 이목을 집중시키는 힘은 탁월하지만 특이한 형태와 주변과의 부조화 때문에 늘 논란거리다. 그가 2020년 열리는 도쿄올림픽 주경기장의 설계자로 낙점되면서 공개된 가상도를 두고 벌써부터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자전거 헬멧'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역시 하디드가 설계한 2022년 카타르 월드컵경기장은 여성의 성기와 너무 흡사하다는 이유로 구설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세계 랜드마크 설계에 단골로 불려가는 스타 건축가다. 자하 하디의 화려한 포트폴리오를 보고 있자면 그가 지구의 풍경을 바꾸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그가 한국에 지은 건축물이 곧 문을 연다. 21일 개관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 파크(DDP)는 하디드 건축 인생 중 최대 규모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비정형 건축물이다.

엄청난 규모는 논란의 크기에 비례했다. 세금을 낭비한 전 서울시장에 대한 분노는 우주선처럼 생뚱한 건물 앞에서 폭발했고, 동대문운동장이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핵심 장소를 '외산 명품'으로 짓뭉갰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향방 없는 비난의 한 켠에서 떠오른 의문은 '건축가의 책무는 어디까지인가'이다. 한 원로 건축가는 "돈도 없으면서 루이비통을 산 사람이 잘못이지 만든 사람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DDP의 사실상 건축주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가야 할 비난이 건축가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근준 미술∙디자인평론가는 "건축가에게도 죄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DDP는 오로지 건축가의 판타지에 복무하는 건축물"이라며 "지붕, 벽, 층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아 아트페어나 전시를 하기엔 최악의 조건이다. 명확한 용도를 정해놓지 않고 설계했다면 건축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14일 한국을 떠나기 하루 전 자하 하디드를 다시 만났다. 11일 간담회 때부터 자신을 향한 비난을 인식하고 있었던 듯 경계하던 그는 서울의 지역적 특성과 역사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건축가의 책무를 논하기도 전에 인터뷰는 중단됐다.

-DDP 개관이 코 앞이다. 내부 공간이 개방될 텐데 관람객이 특별히 주목해서 봤으면 하는 공간이 있나.

"특별히 주목할 공간은 없다. 박물관과 미술관의 전시가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라 공간의 성격이 정해질 것이다. 공간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다. 이 안에서 다양한 것들을 할 수 있다."

-모든 도시가 지향해야 할 것으로 도시주의(Urbanism)를 강조했다. 도시의 특징과 변화가 건물에 반영돼야 한다는 말로 이해했는데, 당신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특성을 어떻게 해석했고 DDP에 어떻게 반영했나.

"DDP는 주변 지형의 특성을 고려해 만든 '인공의 산'이다. 모든 도시의 특징은 사람이든 건물이든 촘촘하게 밀집돼 있다는 것이다. 동대문운동장 부지도 마찬가지라 숨쉴만한 곳이 필요하다고 여겼고 야트막한 산을 만든 것이다. 서울은 너무 빠른 발전 때문에 정체성을 잃고 있다. DDP와 같은 현대 건물이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도시의 정체성을 완전히 새로운 건물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인가.

"전통을 지키는 것과 현대적 건축을 조화시키는 것은 모든 도시의 숙제다. 하지만 서울의 오래된 건물은 궁 밖에 없고 그런 것들을 지금 다시 지을 수는 없지 않나."

-서울에 오래된 건물이 궁 밖에 없다고?

"내가 서울의 모든 빌딩을 알지는 못한다."

-이런 관점 때문에 당신이 각국에 건물을 지을 때마다 지역 정체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나, DDP뿐 아니라 베이징, 도쿄도 마찬가지다.

"여기서(동대문) 지역 문화랄 게 뭐가 있나"

-DDP를 둘러싼 건물들이 저렴한 옷을 활발하게 만들어내는 패션타운이란 것은 알고 있었나.

"안다. 난 패션타운에게 나가라고 한 적이 없다. 패션타운이 DDP 안에 들어와 시장을 열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건 정치인들이 결정할 일이다. 이 지역이 계속 슬럼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인터뷰를 그만하겠다."

-왜 중단하는 건가.

"공모에 당선된 이후 7년 동안 열심히 건물을 지었다. 그랬더니 지금 나를 불러 놓고 이런 질문을 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 문제는 정치가들이지 내가 아니다."

-그럼 건물에 건축가의 책임은 전혀 없다고 보나.

"없다."

DDP는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라 접근하기가 매우 조심스러운 영역이었다. 그러나 인터뷰 중 드러난 타국의 역사에 대한 건축가의 태도는, 해체주의나 3D 기술로 해명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듯 보였다. 인터뷰 전 만난 박현진 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궁금한 것을 대신 물어봐 달라고 했다.

"건축은 삶을 담는 그릇입니다. DDP 논란은 서울시의 몫이지만 하디드가 건축을 그냥 조형물로 여긴 게 아니라면 그 안에서 어떤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질지에 대해 고민하며 설계했을 겁니다. DDP라는 그릇에 서울 사람들의 삶이 어떤 모양으로 담길지, 그가 그린 그림이 궁금합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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