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패시브하우스이론/패시브하우스이론1

1. 왜 패시브하우스인가?

1. 왜 패시브하우스인가?

 

패시브하우스(Passivhaus, passive house)는 인류가 기후변화와 에너지고갈이라는 위기를 해결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는 건축 컨셉트이다. 인류의 전체 에너지소비 중에서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높다. 그러므로 건축물의 건설에 필요한 자재생산과 완공후의 운영에 들어가는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것은 기후변화와 에너지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초 작업에 속한다. 패시브하우스의 난방에너지 소비는 기존 건축물의 10% 밖에 안되고, 일차에너지 소비는 절반에도 못미친다. 그러므로 건축물에서의 패시브하우스 개념의 확대는 인류가 직면한 두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경제성이라는 측면에서도 국제 에너지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건물 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는 면에서 패시브하우스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유리하다.

유럽의 경우 건축물에서 차지하는 에너지는 전체 최종에너지소비의 42%에 달한다. 이 에너지 소비 중에서 약 80%는 건물의 운영(냉난방, 조명, 공조, 온수공급 등) 중에 발생한다. 이러한 건물의 운영을 위해서 소비되는 에너지가 전세계의 일차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40%나 된다. 그러므로 건축물은 전세계의 온실가스 방출에서도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는 또한 건축물에서 에너지소비를 줄이고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축물 이용자에 의해서 소비되는 에너지 중에서 중요한 것은 난방, 온수생산, 냉방, 조명, 각종 가전제품의 가동을 위한 에너지이다. 에너지 소비 패턴을 놓고 볼 때 주거용 건물과 상업용 건물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상업용 건물에서는 여러 가지 사무용 기기를 사용함으로써 에너지소비가 높아지지만 온수는 적게 쓰기 때문에 그만큼 에너지소비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국의 건축물에서의 에너지소비도 유럽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독일의 경우 2005년 전체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주거용 건물의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8.8%, 상업용 건물의 소비 비중은 15.8%였다. 두 종류 건물에서의 에너지소비는 모두 건물 운영을 위해서 발생한 것이므로 두 수치를 합하면 약 44%가 나온다. 2005년에 독일에서 난방, 온수, 조명을 위해서 사용한 최종에너지의 비율은 약 37%였다. 두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건축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의 비중은 대단히 높다. 한국의 경우도 독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난방을 위한 에너지소비가 일차에너지소비의 25% 가까이 되고, 냉난방, 조명 등을 모두 합하면 건축물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는 전체 일차에너지 소비의 4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문제는 원자력과 재생가능 에너지의 확대만을 통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 국제에너지기구에서 전망하듯이 세계 에너지소비가 2030년까지 1990년의 1.5배 수준으로 증가한다면, 온실가스 배출은 56%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증가추세가 지속되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이나 재생가능 에너지를 크게 늘린다고 해도 화석연료 사용도 증가시켜야만 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이 요구하는 대기 중의 용인할 만한 최대 온실가스 수준인 475ppm으로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에너지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해진다. 그렇다면 전체 일차에너지소비의 40%를 차지하는 건물 부문에서의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것이 에너지소비 감소의 일차적인 대상이 되어야 한다.

건물에서의 에너지소비는 결국 신축건물의 경우에는 패시브하우스 기준에 맞게 건축하고, 낡은 건물도 리모델링을 통해 패시브하우스에 근접하도록 하고, 조명기기를 비롯한 각종 가전기기를 에너지효율이 높은 것을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크게 줄일 수 있다. 독일에서 최초로 건축된 패시브하우스의 일차에너지소비를 낡은 건물에서의 소비와 비교하면 이러한 접근이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알 수 있다. 이 건물에서 최종에너지는 낡은 건물에 비해 88%가 줄어들었고, 일차에너지는 낡은 건물(350kWh)의 20% 수준(72kWh)으로 떨어졌다. 만일 전세계의 모든 건물을 이러한 패시브하우스로 바꾼다면 일차에너지소비는 30% 이상 감소할 것이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30%나 감소할 것이다. 패시브하우스의 확대가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데 대단히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지속가능 건물 또는 에너지저소비형 건물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에서는 대상 건축물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에 대한 명확한 수치가 빠져 있다. 환경 친화적, 지속가능 등의 수식어로 치장되어 있을 뿐이다. 이런 방식의 접근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거나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명확한 패시브하우스의 정의를 앞세우고 패시브하우스 보급으로 나아가야만 위기의 해결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에도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패시브하우스 확산을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국가는 오스트리아와 독일 같은 중부유럽 국가이다. 독일에서는 2006년 말까지 약 6,000개의 패시브하우스 기준을 충족시키는 주택이 보급되었고, 오스트리아에는 같은 해에 약 1,600개의 패시브하우스가 존재했다. 인구당 패시브하우스의 수는 오스트리아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독일이다. 이들 국가의 뒤를 이어서 세 번째 자리를 차지한 국가는 같은 중부유럽 국가인 스위스이다. 이들 국가에서 패시브하우스는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패시브하우스 컨셉은 거의 모든 용도의 건축물에 적용되고 있는데, 주거용의 단독주택뿐만 아니라 연립주택, 공동주택, 그리고 상업용 건물과 공장건물까지도 패시브하우스 컨셉에 따라 건축되었다.

독일 최초로 다름슈타트에 건설된 패시브하우스의 에너지소비. 난방에너지소비는 기존건물의 약 5%밖에 안되고, 온수와 전기 에너지도 절반 이하이다.

(출처: http://www.passiv.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