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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하우스이론/패시브하우스이론1

2. 패시브하우스의 정의

2. 패시브하우스의 정의

 

패시브하우스는 주거용 건물이나 비주거용 건물에 상관없이 에너지 수요가 대단히 적은 건축물을 말한다. 패시브하우스의 성립조건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기준은 난방과 냉방을 위한 최대 부하가 10W/m²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은 패시브하우스를 처음으로 연구하고 발전시킨 연구자나 건축가들이 단순히 에너지소비를 낮추기 위해서 자의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쾌적한 실내 공기온도를 실현하기 위해 소비해야만 하는 최소의 에너지값을 찾는 가운데 도출된 것이다.

쾌적한 실내를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하나는 실내 온도가 그 안에 있는 사람에게 쾌적감을 줄 수 있도록 적당하게 높아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내 공기가 신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신선하면서도 적당하게 따뜻한 (또는 시원한) 공기가 항상 실내로 유입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건물에서는 실내를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서 라디에이터나 온돌 같은 커다란 난방설비를 설치한다. 이들 난방설비는 실내로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신선한 공기가 아니라 실내에서 돌아다니는 공기를 데워준다. 만일 겨울에 찬 외부 공기를 실내로 계속 받아들이면서 따뜻한 실내를 유지하려 한다면 난방설비의 규모는 대단히 커져야 한다.

이러한 건축물과 달리 패시브하우스는 육중한 라디에이터 같은 액티브한 난방 설비를 설치하지 않고도 위의 조건, 즉 실내 공기가 신선하면서 따뜻한 상태를 만들어내는 건축물인데, 바로 여기서 패시브하우스의 정확한 정의가 도출된다. 액티브한 냉난방설비를 설치하지 않고도 위의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실내로 유입되는 신선한 공기를 조금 데워주거나 식혀준 다음 이것을 건물 안에서 퍼져나가게 하면 된다. 집안으로 유입되는 공기만을 데워줌으로써 쾌적한 실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패시브하우스는 “실내에서 순환하는 공기를 계속 재사용하지 않고 외부에서 집안으로 공급되는 공기에 대한 후속난방(post-heating)이나 후속냉방(post-cooling)을 통해서만 실내의 쾌적성을 성취할 수 있는 건축물”로 정의된다.

그런데 실내공기를 신선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입되는 공기의 온도를 크게 높일 수 없다. 섭씨 50도가 넘으면 공기 속의 먼지가 열분해되어 냄새가 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유입된 공기의 후속난방에 대한 한계가 분명하게 정해진다. 난방부하는 유입된 공기의 온도가 50°C가 넘지 않도록 설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건물의 실내에 공급되어야 하는 신선한 공기의 최소량은 한 시간에 일인당 약 30 m³이다. 공기 1 m³의 열용량은 1기압 21°C에서 33Wh/(m³K)이다. 유입되는 공기의 온도를 20°C로 보고, 최대 50°C까지 가열한다고 하면 아래 식과 같이 한사람에게 필요한 난방부하가 나온다.

30 m³/(h·Pers) · 0.33 Wh/(m³K) · 30 K = 300 W/Pers.

건축물에서 한사람이 차지하는 면적을 유럽의 평균값인 30m² 로 잡으면 다음 식에 따라 면적당 난방부하의 값이 얻어진다.

300W/30m² = 10W/m²

패시브하우스를 정의할 때 기본으로 삼는 난방부하의 값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얻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패시브하우스의 정의와 에너지소비 기준은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 세밀한 연구를 통해서 도출된 것이다.

중부유럽에서는 패시브하우스를 정의할 때, 위와 같은 복잡한 정의가 아니라 다음과 같이 간단한 기준 수치를 충족시키는 건축물을 패시브하우스로 정의한다.

단위면적(m²)당 난방에너지 소비가 15kWh 이하이고,일차에너지 소비가 120kWh(103,200 kcal/m²) 이하인 건물.

그러나 이 값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15kWh라는 값은 난방부하가 최대 10W/m²밖에 안 되면서도 실내의 쾌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건물을 지었을 때, 그 건물에서 실제로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험적인 수치이다. 반면에 일차에너지 소비량이 120kWh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경험적인 결과가 아니다. 패시브하우스 건축이 에너지소비를 줄임으로써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패시브하우스의 존재 의의로부터 도출된 것이다.

패시브하우스에서는 난방을 적게 하는 반면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내부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최대로 이용한다. 건물 내부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에너지원은 사람, 조명, 가전기구 등이 있다. 이러한 에너지원으로부터 많은 양의 에너지가 발생하면, 다시 말해서 에너지효율이 낮은 가전제품을 많이 사용하면, 단열이나 기밀성 등과 관련된 패시브하우스 기준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도 난방부하 10W/m² 이하, 난방에너지 소비 15kWh 이하라는 패시브하우스의 기본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건물에서 소비되는 일차에너지의 총량은 크게 늘어난다. 왜냐하면 가전제품을 많이 사용함으로써 전기에너지 소비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그 양의 약 3배나 투입되는 일차에너지의 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패시브하우스의 전체 일차에너지 소비가 120kWh 이하여야 한다는 기준값이 정해진 것이다.

위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난방에너지와 일차에너지 소비가 각각 15kWh와 120kWh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중부유럽에 해당하는 것이다. 중부유럽보다 겨울철 평균기온이 낮은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는 이 값은 더 올라갈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겨울철의 난방 에너지뿐만 아니라 여름철 냉방에 들어가는 에너지까지 고려하면 냉난방 에너지와 일차에너지 소비가 중부유럽의 경우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패시브하우스의 정의로부터 도출된 난방부하가 최대 10W/m² 이하여야 한다는 기준은 지켜지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건물은 그것이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가에 관계없이 패시브하우스의 기준에 맞도록 건축될 수 있다. 난방부하를 최소로 유지할 수 있도록 단열, 기밀성, 열회수 환기시스템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열교를 최소화해서 외부로 빠져나가는 열을 가능한 한 줄이면 어떤 건물이라도 패시브하우스 형태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주거용 건물은 물론이고 사무용, 상업용, 공장 건물의 경우에도 패시브하우스의 기준에 맞는 건물이 선을 보였다. 이들 모든 건물의 에너지소비는 패시브하우스의 기준에 부합하며, 따라서 기존 건물의 1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독일의 기존건축물(가장 왼쪽)과 패시브하우스(가장 오른쪽)의 에너지소비 비교 (WSchVO = German Heat Protection Regulation의 에너지소비 기준. SBN = Swedish Construction Standard의 에너지소비 기준. (United Nation Environment Programme, Division of Technology, Industry and Economics, Sustainable Consumption and Production Branch, 2007. Buildings and Climate Change, Status, Challenges and Opportunities.)